지난 6월중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산업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생산 투자 소비 등 실물경제의 "트라이 앵글"이 모두 최악의 감소세를
멈추지 않고 있어서다.

오히려 소비부진-생산감소-투자감축 등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도대체 추락하는 경기의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간 구조조정이 끝나더라도 경기가 되살아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을 뿐이다.

<> 생산 출하는 최악의 기록경신 =6월중 산업생산은 지난 54년 통계조사를
시작한 이래 감소폭이 가장 컸다.

한국전쟁이후 최악인 셈이다.

내수부진으로 반도체와 선박을 제외한 전 업종에서 생산감축이 이뤄졌던
탓이다.

제품 출하증가율도 14.4% 줄어 지난 68년 조사 이후 최악이었다.

문제는 그나마 희망을 걸었던 수출마저 줄고 있다는 점.

수출용 출하증가율은 지난 2월 35.8%에서 3월 30.8%, 4월 28.3% 5월 24.3%,
6월 21.8% 등으로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내수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수출마저 줄어 든다면
생산 감소폭이 더 커질건 뻔하다.

한편 지난달 산업동향중 눈에 띄는 것은 대형 승용차 생산이 소폭이나마
증가한 것.

자동차 생산의 경우 작년 6월에 비해선 45.1%나 줄었으나 전월에 비해서는
8.1%가 증가했다.

특히 그 증가가 소형차보다는 대형차 때문이었다는게 통계청의 분석.

통계청 관계자는 "대형차 중심의 삼성자동차가 출시되고 내수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자동차 회사들이 임직원들에게 할당판매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회사들의 판매경쟁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 소주와 담배 판매는 오히려 늘어 =국민들은 소득감소로 소비를 크게
줄이고 있다.

그래서 6월중 내수용 소비재 출하는 전년동월대비 26.5%나 감소했다.

승용차는 71.2% 줄었고 정수기(-48.1) 대형냉장고(-48.3%) 남녀기성복
(-35.1%) 등도 출하가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출하가 늘어난 품목이 있다.

IMF형 소비를 반영, 경승용차(3백48%)와 휴대전화기(1백6.3%)가 늘어난건
그렇다고 치자.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담배와 소주의 판매증가다.

이 두 품목은 6월중 출하가 각각 7.1%와 12.5%가 늘었다.

주류의 경우 양주(-63%) 맥주(-20.6%) 청주(-26.6%)는 줄었는데도 말이다.

많은 국민들이 경기불황의 시름을 소주와 담배로 해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내년 경기회복도 불투명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4%에
그치지만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끝난 내년부터는 2~3%의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종합지수를 보면 정부 전망이 지나치게 "장미 빛"임을 알 수
있다.

보통 7-8개월 후의 경기를 판단할 수 있는 경기선행지수의 전년동월비
증가율이 지난 2월(-1.9%) 이후 계속해서 마이너스 행진이다.

지난 3월과 4월 -3.8%와 -3.2%에 이어 5월과 6월에도 각각 -3.5%를 기록
했다.

선행지수가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서야 경기는 약 7~8개월후에
바닥을 치고 되살아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아직 바닥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내년에 플러스 성장으로의 전환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