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빅딜 드라이브"를 다시 걸었다.

기업들이 요청하면 "지원" 형식을 빌어 간섭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재계도 대기업 구조조정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며 맞장구를 치고 있다.

필요하다면 전경련이 중재역할을 맡겠다며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재계는 지난 26일 회동에서 경제각료와 5대그룹 총수들이 합의를 한 만큼
이번에는 빅딜이 성사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유는 이렇다.

우선 정부의 압박책이 구체적으로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정부는 당초 2000년 3월까지로 돼있던 상호지급보증 해소시한을 "단계적
감축목표"를 설정토록 해 사실상 1년 가까이 앞당겼다.

부채비율 축소도 "중간목표"를 재무구조개선약정에 반영토록 해 "시한"을
당겼다.

"빅딜을 안하면"이란 전제가 달려있는 압박인 것이다.

5대그룹 구조조정이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다는 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도 빅딜 조기가시화를 점치는 요인이다.

수차례 공식 발표에도 "큰 건"이 없었다는 점은 기업 스스로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이미 상반기도 지났다.

더 이상 미적대다간 정부에 "시장개입"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재계에 형성돼 있기도 하다.

이와 함께 기업들의 인식변화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이제 "빅딜"을 압박이 아니라 구조조정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간담회에서 항공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항공산업의 경우 "빅딜"의 형식을 빌어 정리하는 것이 해당 기업으로서나
재계로 보나 유리하다는 판단인 셈이다.

수요가 적어 경영에 애로를 겪고 있는 철도차량제작업계나 정유업종의
경우도 빅딜을 통해 구조조정이 가능한 분야다.

그렇다고 빅딜이 생각만큼 빨리 이뤄질 수 없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기업그룹들이 빅딜을 추진해야할 당사자인 만큼 가격 협상 문제만 해도
시간은 한없이 걸릴 수 있다.

손해를 보고까지 팔아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 고용승계나 채무보증해소 등 복잡한 문제까지 합하면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이 없을 경우 빅딜은 하고 싶어도 늦어질 수 밖에 없다.

강봉균 대통령 경제수석도 간담회 말미 중간브리핑을 통해 "기업구조조정
에서 5대그룹의 구조조정이 관건이라는데 까지만 합의했다"고 말해 구체적인
업종과 회사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못했음을 시사했었다.

중개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전경련의 "능력"도 문제다.

김우중 회장대행이 나서는 방법이 있다지만 결국 자신도 빅딜의 당사자
가운데 한 사람이어서 주도하기는 힘든 상태다.

그러나 핵심 경제각료들과 5대그룹의 총수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룬 합의인 만큼 빅딜은 의외로 쉽게 이뤄질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첫 타자는 항공산업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편이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