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현대-대우-기아-포드의 4파전 정도로만 예상되던 기아.아시아자동차
국제 공개경쟁입찰이 6~7파전 양상을 띄면서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더욱이 세계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인 미국 GM이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업체에는 더욱 힘든 싸움이 될 수밖에 없게 됐다.

만약 GM의 응찰설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 GM과 합작상담을 벌여오던
대우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입찰서류 최종 마감일은 8월 21일.

남은 한달동안 응찰업체간 또는 제3 업체와의 합종연횡이 진행될것으로
보인다.

<>돌출변수 GM=미국 GM의 응찰은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기아와 앤더슨컨설팅 주변에는 GM이 이날 입찰 의향서를
제출했다는 설이 파다하다.

GM이 의향서를 냈다면 왜 "익명"을 요구했을까.

GM은 지금 창사이래 최장의 심각한 노사분규를 겪고 있다.

노조의 요구는 더이상 해외 생산비중을 높이지 말라는 것.

자신들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게 이유다.

따라서 GM은 기아에 응찰하면서도 비공개를 요구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어쨌든 GM이 응찰한다면 입찰의 판세는 완전히 달라진다.

GM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자동차메이커이자 세계 최대 제조업체다.

세계 자동차 생산량의 17%를 점유하는 GM은 세계 전역에서 8백5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포드에 비해서도 2백만대가 많다.

GM이 입찰에 뛰어든다면 지금의 낙찰 평가기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포드도 만만치 않지만 GM에는 역부족이고 국내업체들은 아예 응찰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GM의 존 스미스 회장은 지난 6월 방미한 김대중 대통령에서 한국에
과감한 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일 수가 있다.

<>또다른 변수 스카니아=스웨덴의 스카니아도 변수다.

스카니아 역시 의향서를 냈는지는 최종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의향서를
내지 않았다고 해도 어떤 형태로든 입찰에 참여할 것이 확실시된다.

아시아자동차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해온 곳은 스카니아 한 곳
뿐이기 때문이다.

다만 스카니아가 어떤 형태로 참여할지가 의문이다.

회사 규모로 볼 때 단독응찰은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향서를 내놓고 입찰 추이를 보아가면서 최종 순간에 가장
유리해보이는 곳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목표는 오로지 아시아자동차인 만큼 낙찰된뒤 회사를 넘겨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스카니아는 대형트럭에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컨소시엄이든 환영을 받기에 충분하다.

물론 직접 응찰을 하지 않고 낙찰자로부터 아시아자동차를 인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불리해진 국내업체=GM 포드 등 세계적인 메이커들이 응찰한다면
입찰경쟁에서 국내업체들의 입지는 당연히 좁아진다.

모든 면에서 아직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동안 "단독응찰도 가능하다"고 강조해온 현대 대우 등도
유력한 메이커를 끌어들이는 작업이 불가피해졌다.

해외 메이커 물색에 골몰하던 삼성도 더욱 다급해졌다.

일단 현대와 대우는 컨소시엄을 맺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우가 현대에 공동응찰을 제의한 상태다.

다만 그동안 현대가 단독응찰을 주장해 아직 대화가 이뤄지고 있지 않지만
상황이 이렇게 돌변한 상태에서 특별한 대안은 없는 실정이다.

해외업체를 데려온다 해도 시간이 많지 않은데다 세계 1,2위 메이커를
따돌리기 위해 기술적으로 뛰어난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를 끌어오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대와 대우가 기아를 공동인수해도 회사와 부채를 나누는 복잡한
과정이 골치아픈 일이긴 하나 단독응찰로 기아를 인수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공동응찰의 가능성은 한결 높아지고 있다.

삼성은 포드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포드와의 컨소시엄 구성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포드가 안될 경우 유럽의 메이커와 공동응찰하기 위해 2~3개 업체와
상담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른 대안은 없다.

<>포드의 제휴 가능성은 없는가=포드는 국내업체와의 컨소시엄 구성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최근 방한한 웨인 부커 부회장은 "삼성은 물론 국내업체와의 제휴가
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포드도 단독으로 응찰하기는 어려워졌다.

GM이 응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그렇지만 채권단이 기아 부채를
거의 탕감해주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자회사인 마쓰다와 우호적인 금융기관을 동원한다해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국내 메이커와의 협력도 가능해 보인다.

포드가 가장 손쉽게 손을 잡을 수 있는 곳은 삼성이다.

그동안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드가 국내 최대메이커인 현대와 막판에 손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