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아한글이 갖는 사회 경제적인 의미가 이렇게 클줄 몰랐습니다.
예상외로 심각했던 국민들의 반발에 많은 고심을 했으나 이제 홀가분한
심정입니다"

아래아한글지키기 운동본부측 투자제의를 받아들여 경영권을 넘기기로
했다고 밝힌 20일 서울 호텔롯데에서의 이찬진 한글과컴퓨터(한컴) 사장은
오히려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 자신 이번 사태가 진행된 1개월여동안 기업경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사장은 "앞으로는 잘 해나갈 자신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굳은 표정을 지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투자합의 번복으로 사라질 뻔했던 "아래아한글"이
일단은 다시 살아남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나 "영원히 회생할 것"인지는
자신할 수 없다는 기색이었다.

다름아닌 불법복제 문제이다.

이번 한컴사태로 불거졌던 소프트웨어(SW)의 고질적인 불법복제 문제가
먼저 풀리지 않으면 장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아래아한글이 앞으로도 국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는 오로지 "정품SW구입" 관행의 정착에 달려 있다고 그는 말했다.

한컴사태는 분명 SW불법복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아래아한글에 대한 국민적 자존심을 내세기 보다는 먼저 정품SW 사용으로
열악한 국내 SW업계의 기반을 재정비하는게 시급한 일이라는 것도 자각하게
했다.

이번 사태는 또 경제에서 "시장의 논리" 외에 "사회문화적 논리"도 무시할
수 없다는 소중한 교훈을 남겼다.

경제적인 "실리" 못지않게 문화적으로 지켜야 할 "명분"의 가치도 중요
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벌어진 범국민적 운동은 "아래아한글"을 살리자는 것이었지 "한컴"
을 살리자는게 아니었다.

그리고 한컴에 대한 동정이 아니라 "국민의 자존심키기 운동"이 결국
아래아한글을 살린 것이다.

최근 한국경제의 구조조정이란 이름아래 이런저런 기업 다 외국에 내다
팔려는 움직임과 관련해 한번 짚어봐야 할 대목이란 생각이 든다.

손희식 < 정보통신부 기자 hssh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