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은행의 30억달러 합작계획이 구체화되고 있다.

한일은행은 최근 미국계 주간사은행과 공동으로 가진 금융감독위원회와
재정경제부 등에 대한 "합작계획설명회"에서 정부가 부실자산정리를 위한
배드뱅크(Bad Bank)에 2조원을 출자할 경우 30억달러를 유치할수 있다며
구체적 방안을 설명했다.

이같은 한일은행의 30억달러 합작계획이 은행정상화를 위한 "새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우선 규모가 그렇다.

다른 대형 시중은행의 목표치 2억달러가량보다 15배나 되는 엄청난 규모다.

그 내용도 차원을 달리한다.

2억달러가량을 자본금으로 충당한다는 미봉책이 아니다.

아예 30억달러를 자본금으로 들여와 자산구조를 뿌리째 뜯어고쳐 새롭고
건실한 은행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한일은행은 주간사은행과 공동으로 가진 금융감독위원회와 재정경제부 등에
대한 설명회에서 정부만 "좋다"고 하면 몇달안에 합작성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미국계 주간사도 이미 외국투자자 끌어모으기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정부가 선뜻 특정은행에 2조원을 출자키로 결정할지가 미지수다.

한일은행이 외국주간사와 공동으로 정부에 제출한 합작계획서를 정리한다.

<> 대형시중은행의 현황 =한일 등 대형시중은행의 총자산은 은행당
50조여원에 달한다.

이중 약 20%인 10조원가량이 부실화된 것으로 외국인들은 보고 있다.

회수가능한 돈은 기껏해야 5조원가량.

결국 부실자산중 5조원정도는 손실처리하는게 불가피하다.

<> 외국인 시각 =부실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

출자금이 부실정리에 소진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각각 1조5천억원을 출자한 제일 서울은행의 원매자가 선뜻 나서지
않는 것이 좋은 예다.

외국인들이 최근 이뤄지고 있는 합작논의에서 원금및 수익률을 보장하라는
"이면계약"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따라서 외국인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부실자산정리가 전제돼야 한다.

<> 부실자산 정리방법 =배드뱅크를 설립, 부실자산 10조원을 이관한다.

굿뱅크(Good Bank)는 나머지 건전자산 40조원을 운용한다.

부실자산 3조원은 한일은행에서 상각처리(자기자본 2조원, 충당금 1조원)
한다.

5조원은 회수가능하므로 ABS 선순위채발행 등으로 충당한다.

모자라는 2조원은 정부에 출자를 요청한다.

<> 왜 30억달러인가 =다른 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2억달러 안팎으로는 은행
정상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2억달러면 기껏해야 3천억원이다.

이 돈으론 경영정상화를 꾀하기는 커녕 부실자산을 정리하기도 힘들다.

설혹 부실자산을 성업공사 등이 매입한다하더라도 3년이내에 추가 자본조달
없이는 정상영업이 힘들어진다.

따라서 부실자산 처리비용외에 앞으로 3년간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을 10%이상 유지하기 위한 자본확충이 필요하다.

이 금액은 대략 4조2천억원(30억달러)정도다.

이중 2조5천억원(18억달러)은 직접출자를 통한 기본자본으로, 1조7천억원
(12억달러)은 후순위채 발행등을 통한 보완자본으로 충당한다.

<> 30억달러 유치방법 =주간사은행이 1억~2억달러를 출자한다.

또다른 투자기관으로부터 2억달러안팎을 유치한다.

두 기관은 한일은행에 임원을 파견, 경영에 참여한다.

나머지는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조달한다.

이에대해 주간사는 금감위설명회에서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확언했다.

<> 실현가능성 =정부가 배드뱅크에 2조원을 출자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한일은행은 이에대해 5개 퇴출은행 정리에 17조5천억원이 소요되는 것에
비해 2조원을 투자, 대형시중은행을 초우량은행으로 만드는게 훨씬 생산적
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형평성이다.

만일 한일은행에 출자하면 다른 은행이 가만 있을리 없다.

그러나 정부에서도 한일은행이 제시한 방안을 "비용이 적게드는 새로운
모델"로 인정, 적극 검토에 들어갔다.

그 결과가 주목된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