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7월 12일은 국내유통시장의 혁명일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국이 자랑하는 세계최대 "유통항공모함 월마트"호가 마침내 한국 대공습
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미 독일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중국 등 7개국 유통시장을 초토화한뒤
나선 발진이다.

지난 11일 새벽 한국진출을 공식 선언한 세계적 유통그룹 월마트가 12일
부터 국내에서 사실상 영업에 들어갔다.

월마트의 아시아담당사장 조 해트필드(Joe Hatfield)씨는 이날 기자간담회
에서 한국마크로로부터 인수한 4개 매장에서 우선 영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월마트의 마크로인수는 극동정유회장이던 기존 대주주 장홍선회장 소유의
매장과 토지를 넘겨 받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구체적 인수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올해안에 6개 매장을 추가로 확보한뒤 오는 2000년까지 전국 주요지역에
모두 50개 점포를 갖추겠다는 계획도 분명히 했다.

국내 유통시장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는 네트웍을 갖추겠다는 포석이다.

월마트의 한국진출은 까르푸 프로모데스 등 다른 외국계 유통업체와는
비교가 안될정도의 파괴력을 지닌다.

지난해 매출액이 우리나라 1년 예산의 2배를 웃도는 1천1백79억달러(한화
1백65조6백억원)라는 점만 봐도 그렇다.

월마트의 외형적 위세뒤에는 마케팅의 4대 요소인 가격(Price), 제품
(Product), 판촉(Promotion), 입지(Place)에 걸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이 뒷받침되고 있다.

특히 언제 어느 매장에서든 세계에서 가장 싸게 파는 "항시저가정책"은
최대 장점이다.

최저가 판매전략의 바탕에는 전세계에서 가장 싼 원료와 인건비를 찾아
상품을 제조공급하는 글로벌소싱이 자리잡고 있음은 물론이다.

일본의 소니사와 손잡고 동남아에서 저가에 가전제품을 제조한뒤 미국내
매장에서 대량 판매해 가전시장에 돌풍을 몰고온 적도 있다.

인공위성을 통해 날씨에서 농산물 작황까지 모든 정보를 수집처리하는
시스템 덕에 판촉기법도 거의 완벽에 가깝다.

고객들의 소비행태에 관한 모든 자료를 취합한다.

이 자료를 상관관계분석을 통해 판촉으로 연결시키는 데이터웨어하우징(DW)
시스템은 20세기 유통혁명의 백미로 꼽힌다.

상품력과 재고관리도 납품업체와의 제판동맹 구축으로 든든하다.

식품및 필수생활용품 위주로 매장을 운영하는 국내 할인점과는 상품력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유통센터를 먼저 확보한뒤 출점하는 전략이나 물류비 절감도 우위의 경쟁력
을 지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월마트의 이같은 전략과 경쟁력은 국내 유통시장에 4P 혁명을 몰고올게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가속화될 미증유의 가격파괴혁명은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관행을
뿌리채 흔들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

월마트의 진출을 지켜보는 국내 업체들의 시선은 말그대로 불안과 우려로
가득차 있다.

싸고 질좋은 상품을 앞세운 월마트의 물량공세에 IMF이후 극심한 매출부진
과 자금난으로 기진맥진해 있는 유통업체들의 "집단고사"까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업체 뿐만 아니다.

월마트 매장이 외국산 저가상품으로 가득 찰때 국내 제조업체들도 설땅을
잃을수 밖에 없다.

자칫 잘못하다간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 내수시장에서조차 밀려날지도
모를 일이다.

제조업체가 보유해온 가격결정기능 등 시장주도권도 다국적유통업체로
넘어갈게 불을 보듯 뻔하다.

유통업체 제조업체 할 것없이 국내산업은 지금 월마트라는 거대한 상품유통
블랙홀의 앞에 놓여 있다.

< 김상철 기자 che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