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작업을 둘러싼 노사간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

5개 퇴출은행근로자 처리문제를 협의하기위해 9일 열린 노사정위원회에서
노사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바람에 합의안도출에 실패했다.

이날 회의에서 노동계는 퇴출은행 근로자 전원을 재고용해줄것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사용자측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수용을 거부, 조금도 진전을
보지 못한채 끝났다.

이에따라 앞으로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노동계의 집단행동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금융및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작업이 정부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라고 비난하고 있다.

노.사.정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위해 만든 노사정위에서 사전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계가 잇따른 투쟁을 계획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불만을 반영하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등 두 노총은 이날 열린 노사정위에서 노동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향후 투쟁일정등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두 노총은 또 오는 12일 서울 여의도 한강둔치에서 10만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생존권사수 전국노동자총력투쟁결의대회"를 공동으로 개최, 노동계의
힘을 과시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13일에는 민주노총 산하 의료보험노조가 파업을 벌이고 14일에는
금속산업연맹노조가 부당노동행위사업주 구속, 고용안정협약 체결,
중앙교섭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노총의 전국금융노련, 민주노총의 민주금융노련등 금융노조 역시 15일
파업을 통해 정부측에 성의있는 태도를 촉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 정부와 사용자측 입장이 전혀 바뀌지 않을 경우 장외투쟁
등 강도높은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용자측은 고용안정을 보장하기위한 노동계의 이같은 움직임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총은 최근 열린 30대 그룹 인사노무담당 임원모임에서 고용 자동승계를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당사자인 인수은행들 입장 역시 완강하다.

인수은행들은 퇴출은행점포를 대부분 문닫아야 하는 형편이다.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노동계가 주장하는 대로 대부분의 직원을 재고용할 경우
인수은행마저 동반부실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무정상화를 위해 직원을 활용하고 20~30%정도 재고용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노조가 요구하는 대부분 직원의 재고용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위원회가 이날 인수은행이 퇴출은행 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할
의무가 없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도 이같은 인수은행 입장을 이해한
때문이다.

노조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안이다.

이에따라 노사관계가 또다시 엄청난 소용돌이에 휩싸일 우려마저 있다.

문제는 앞으로 계속될 구조조정이 험난하다는 점이다.

5개은행퇴출에 이어 추가로 은행이 정리될수 있다.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8%를 넘는 은행에 대해서도 실사가 이뤄진뒤
고강도 조치가 내려진다.

공기업 구조조정도 본격화된다.

민영화를 축으로 한 공기업구조조정은 공기업노조원들의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번 퇴출은행직원에 대한 고용승계문제는 앞으로 계속될
구조조정의 선례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어떤 방향으로 고용승계문제가 결정될지 주목된다.

< 윤기설 기자 upyks@ 고광철 기자 gw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