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여신관행이 뿌리째 바뀐다.

외국인 임원들이 실질적으로 여신심사권한을 장악하는 탓이다.

외환은행은 10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작파트너인 독일코메르츠은행
이 파견하는 2명의 임원을 각각 부행장(여신위원장)과 상무(리스크관리팀장)
로 선임한다.

상무에는 한외종금에서 6년동안 부사장을 지낸 메르포스 이사가 결정됐다.

외환은행에 이어 조흥 상업 한일등 대형시중은행들도 잇따라 외국인임원을
여신심의위원장으로 영입할 계획이다.

이렇게되면 뱅크아메리카(BA)출신인 미셀리안 한미은행 부행장과 함께
외국인 임원이 심사라인을 장악하게 된다.

외국인들의 여신라인장악은 곧 여신관행이 이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진다는걸
뜻한다.

당장 거래 기업체들이 여신을 받기가 까다로와진다.

외국인들의 여신기준은 국내기준과는 다르다.

속임수가 많은 국내기업체의 재무제표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담보보다는 사업성과 현금흐름을 우선 고려한다.

자신들의 잣대로 원칙에 입각한 심사를 한다.

개인적인 인연과 담보유무만을 따져 대출을 받았던 기업들로선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대기업들은 당장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국내은행들은 그동안 주거래 대기업에겐 사실상 무한정 돈을 퍼주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편중여신을 가장 좋지 않게 여긴다.

따라서 편중여신을 해소하려들게 뻔하고 그렇게되면 대기업들이 신규여신을
얻기는 어렵게 된다.

여신에 대한 사후책임도 엄격해진다.

여신위원회나 영업점장이 취급한 여신이 잘못됐을 경우 회의록을 갖고
나중에 책임을 묻는게 외국인이다.

그런만큼 직원들의 여신심사는 까다로와지고 기업들의 돈얻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그러나 좋은 점도 많다.

한미은행의 경우처럼 여신승인권이 직급에 따라 분산돼 있고, 외국인이
여신심사위원장을 맡고 있어 "정치적 입김"이 끼어들 여지가 원천봉쇄된다.

고정이하여신이 총여신에서 차지하는 여신이 4.3%(시중은행 평균 7.0%)에
불과한 한미은행의 경우처럼 부실여신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렇지만 외국인임원에 의한 여신관행이 정착될 때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어서 거래기업들은 한동안 혼란을 겪을 전망이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