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구조조정의 태풍이 조흥 상업 한일 외환은행 등 이른바 4개 선발
시중은행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들 4개 은행은 조건부로 경영정상화계획을 승인받았으나 퇴출은행 못지
않은 고강도 조치를 당할 입장이다.

이들이 살아날수 있는 길은 9월말까지 3천억원의 유상증자를 하고 99년
6월말까지 추가로 증자를 해야 한다.

이들 은행의 주식가격은 외환은행(2천8백원정도)을 제외하곤 1천억원 안팎
이다.

액면가 5천원인 상황에서 유상증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때문에 구세주가 나타나지 않는한 이들 은행은 합병의 회오리에 휩싸일
수 밖에 없다.

금감위 관계자는 이들은행이 자발적으로 합병하지 않고 구체적인 증자계획서
도 내지 못할 경우 퇴출은행과 같은 운명을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역사가 1백년씩이나 된 이들 대형은행을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넘겨 받을 은행은 현실적으로 없다.

또 이들은 자산이 부채를 초과해 부실은행으로 간주, 정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들이 살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합병뿐이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본격적인 빅뱅(대폭발)도 이들 은행의 합병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부실은행퇴출 못지않게 7월한달간 은행들은 거센 구조조정태풍권에
들어간다는 얘기다.

이중 외환은행은 여건이 다소 다르다.

경영평가결과 외환은행은 당초 알려진 것보다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흥 상업 한일보다 나을게 없었다.

다만 독일 코메르츠은행과 합작, 3천5백억원을 들여오기로 한 협상이
구체화되고 있어 홀로서기 가능성이 있다.

선발은행들이 합병을 하든 안하든 은행장을 포함한 전 임원은 거의 교체될
전망이다.

퇴출은행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은 것처럼 이들 은행 직원들도 "대폭" 정리
된다.

어느정도 교체되느냐는 질문에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말 그대로 대폭
이다"고 설명했다.

은행당 8천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중 절반가량이 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퇴출되는 은행을 접수한 국민 주택 신한 한미 하나은행 등 5개은행은
선도은행의 경쟁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5개 은행의 총자산(부실은행자산을 그대로 인수한다는 전제)은 국민은행
62조1천1백50억원(2위), 주택은행 57조84억원(3위), 신한은행
56조5천5백29억원(4위), 하나은행 35조3천1백72억원(10위), 한미은행
25조3천2백76억원(11위)에 달한다.

이들은 여신의 불균형이나 점포의 취약성을 보완할수 있게 됐다.

퇴출은행직원을 껴안는 과정에서 뒤따르는 적잖은 진통을 잘 극복할 경우
여유있게 선도은행고지를 향해 뛸수있게 됐다.

쫓기는 입장으로 바뀐 조흥 상업 한일 외환은행의 생존전략과 선도은행고지
를 향해 한걸음 먼저 내디딘 인수은행간 경쟁으로 은행산업지도가 완전히
바뀌게 됐다.

< 고광철 기자 gw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