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으로 아파트 10채를 샀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7월부터 신규로 분양되는 아파트에 대해서는 최대 4천만원까지 12%짜리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니 이렇게 하면 어떨까.

1)1억원으로 신규 분양되는 아파트를 한 채 사서 2)6천만원에 전세를 놓고
3)7월부터 주택은행에서 12%짜리 중도금 대출로 4천만원을 받으면 전세금
6천만원을 보태서 또 다시 1억원을 만들 수 있을테고 4)이런 방법을 딱
10번만 되풀이하면 1억원으로 아파트 10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정말 말되네"

한심한 선생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때마침 김돈만 선생이 놀러 왔길래 "나 똑똑한 거 맞지?"하고 넌지시
한마디 했던 것인데 어째 김돈만 선생의 표정은 "시큰둥" 그 자체.

기회비용을 생각해야 된다나 어쩐다나...

"요즘처럼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정부가 12% 대출을 해준다니 이런
생각을 한 모양인데 대출이자 부담도 생각해 봐야지"하고 일침을 가한다.

4천만원 대출받아서 연12%씩 대출이자를 낸다면 1년에 4백8십만원(=4천만원
x12%)씩 이자를 내야 하고, 이렇게 5년동안이면 2천4백만원(=4백8십만원x5년)
을 내겠지만 그 이상 아파트 값이 오르면 그만 아닌가.

그러나 바로 여기가 맹점이다.

대출이자는 2천4백만원이 아니라 3천49만원이다.

"매달 내는 대출 이자로 적금이라도 들었더라면 이자의 이자가 나올테니
이렇게 대출 이자를 복리로 계산하면 5년동안에 3천49만원[=4천만원x(1/12%)
5년]을 부담하는 셈이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파트에 투자된 6천만원으로 세후 수익률 15%짜리 국공채를 샀더라면
이자 수입이 6천68만원[=6천만원x(1/15%)5년]이나 생길텐데...

부동산에 투자한다고 이자 소득을 올릴 기회를 날린 셈이고, 대출
이자부담 3천49만원까지 생각하면 5년동안 모두 9천1백17만원이나 되는
이익을 포기하는 댓가로 아파트에 투자하는 셈이다.

여기에 취득세, 등록세까지 따지고, 투자에 따른 위험부담까지 생각하면
5년동안 아파트 값이 따블이 되어야 승산이 있다는 이야기이고 보면...

그런데 이게 가능할까.

처음에는 공짜같던 이야기도 이렇게 기회비용을 따져보니 별게 아니다.

그래서 말인데 재테크 게임의 성공법칙은 기회비용이다.

기회비용을 알면 재테크가 보인다.

이창형 문연 아이디어뱅크 대표컨설턴트 (02)734-2092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