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재편이 시작됐다.

단순히 밑그림만 그리는게 아니다.

실전상황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21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8%에 미치지
못하는 12개은행의 사활을 결정할 경영평가위원회가 지난 20일 구성돼 비밀
합숙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12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경영평가위는 오는 27일까지 20여명의 실무단
지원속에 최종 "평결"을 내릴 예정이다.

금감위는 27일부터 다음달 1일 사이에 12개은행의 운명을 "선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리대상은행은 변수가 많지만 적게는 3~4개, 많게는 6~7개까지 거론되고
있다.

금감위는 정리대상 부실은행을 발표하면서 자산부채이전(P&A)방식으로 이를
인수할 은행도 동시에 발표할 방침이다.

이와관련, 국민 주택 신한 하나 한미 등 5개 은행은 부실은행을 어떻게
떠안을지에 관한 업무요령을 작성, 22일 금감위에 낼 예정이다.

금감위는 이들 은행이 먼저 인수할 은행을 고르도록 할 방침이나 여의치
않으면 "짝짓기"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위는 정리대상 은행을 영업정지시키더라도 거래기업에 대해 당좌거래를
허용하고 예금잔고증명 등을 제시하면 소액예금은 인출할수 있도록 할 계획
이다.

금감위는 또 모든 임원에 대한 업무집행정지처분을 내리고 자산을 임시
관리할 재산보전관리인을 감독당국직원이나 경험있는 사람으로 선임할 계획
이다.

이번 구조조정은 결과가 어떻든 은행간 차별화를 통한 전면재편이 최종
목표다.

금감위는 구조조정을 통해 모든 업무를 취급하는 잡화점식 영업을 해온
기존 은행들을 초대형은행(슈퍼뱅크)과 소매금융 중소기업금융 투자금융
인터뱅크(은행간) 금융 지역금융 등 특정부문과 지역에 강한 은행들로
재편할 방침이다.

지렛대는 합병명령과 BIS 비율기준 차등화 등이다.

조흥 상업 한일 외환 등 4개 시중은행의 운명은 은행재편의 핵심사항.

금융감독위원회는 이들 은행에 대해 "조건부 승인"으로 일단 숨통을 터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이들 은행의 경영진은 부실경영의 책임을 물어 퇴진시키고 자발적
합병을 강력유도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후발 및 지방은행은 지역특화은행이나 특정분야에 비교우위를 갖는 은행
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동화 대동 동남 평화 경기은행의 경우 지난 4월말 경영정상화계획을 제출할
때 국제업무를 포기하고 지역은행이나 중소기업 근로자전문은행 등으로
특화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 대열에 충청은행이 지난 20일 국제업무를 포기하겠다고 공식 발표하며
가세했다.

다른 은행도 뒤따를 수 있다.

후발및 지방은행중엔 신용금고수준의 영업을 하는 곳도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금감위에서는 아예 이들로부터 "은행"이라는 이름을 빼앗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평가위원회에서 이들 은행의 바람을 그대로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비록 국제업무포기를 선언했지만 강제정리를 명령받는 은행도 나타날수
있다.

이와함께 오는 8월 경영진단을 받기로 돼있는 BIS비율이 8%이상인 나머지
은행의 은행간 합병, 경영진 물갈이 등이 재편의 속도와 구도를 결정할
전망이다.

하나 보람은행간 합병, 김우중 대우회장의 슈퍼뱅크설립추진 등은 이런
재편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재편회오리속에 금감위는 소규모 금융기관의 경우 종전과 같은
무분별한 업무확장으로 부실화되는 것을 막기위해 업무 범위, 자산증가,
점포확충 등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제한할 방침이다.

< 고광철 기자 gwang@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