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는 18일 퇴출대상기업 55개를 발표했다.

이들 회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사망진단서를 받은 셈이다.

어찌보면 죽음의 문턱에 와있는 기업을 "안락사"시켰다고도 볼수 있다.

그래서 기업은 살아움직이는 생명체다.

기업도 태어나서 성장하고 죽는다.

창업 성장 성숙 쇠퇴의 생명주기를 그리는 것이다.

기업의 일생은 인생보다 훨씬 짧다.

평균수명이 30년에 불과하다.

약육강식이 판치는 정글에서 늘 생사를 건 싸움을 해야 한다.

그만큼 사고사할 위험이 높다.

비즈니스세계에서는 영원한 승자가 없다.

환경변화에 맞춰 능동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두산그룹 조흥은행 상업은행 등 1백년이 넘는 장수기업이 있는가 하면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단명기업도 적지 않다.

경제개발이 본격화된 60년대 이후 기업의 흥망사는 이를 분명히 보여 준다.

지난 65년 매출액 기준으로 1백대기업에 들었던 업체중 현재까지 1백대기업
에 남아 있는 회사는 10여개에 불과하다.

밀려난 기업중 40여개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제명을 못채우고 사라진 기업들엔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체력을 보강해줄 전략업종 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했다.

또 지나치게 외부자금에 의존했다.

유망업종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거나 부동산투자에 집중, 고정자산비율이
높은 기업도 죽음을 맞았다.

70년대 샐러리맨의 신화를 만들었던 제세그룹과 율산그룹, 덕산 등이
대표적인 예다.

기업연령은 성장활력으로 본 기업의 나이라고 할수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95,97년 두차례 기업연령을 조사한 결과 상장회사들이
상당히 노쇠한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기업이 줄고 50대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였다.

유망업종 변화에 대응, 새 업종에 진출한 기업은 생명력을 유지해 왔다.

삼성그룹의 경우 50년대 주력업종이 제당과 모직이었다.

70년대에는 중화학공업과 금융업에 진출했고 80년대에 반도체에 투자했다.

화학에서 출발한 LG그룹도 59년 금성사를 설립, 업종다각화에 성공한
케이스.

건설과 자동차를 중심으로 성장한 현대도 마찬가지.

그러나 그런 업종다각화가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과당경쟁으로 부실계열사들이 증가한 탓이다.

이제 그 부실계열사를 정리하지 않으면 전체계열사가 흔들리는 그룹도 있다.

기업들은 노화를 방지하고 회춘할 수 있는 불노장생의 묘약을 개발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 이건호 기자 lee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