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명예회장이 7박8일간의 방북기간에 어디서 며칠을 머물지, 누구와
만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방북인사들의 전례에 비춰볼 때 북한내 일정은 평양에 가서야 확정이 되고,
설사 잠정적인 일정이 합의된 상태라도 평양에서 완전히 바뀌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와 북측의 협의과정에서 북측은 정 명예회장 일행이 평양 원산
금강산과 정 명예회장의 고향인 강원도 통천 등 4곳을 방문하도록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주영 명예회장 일행은 16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은 직후 우선 북한에
미리 가있던 박세용 현대상선 사장 등 선발대와 합류했다.

정 명예회장 일행은 이날 곧바로 개성을 거쳐 평양에 도착, 3일가량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숙박지는 정 명예회장이 1차 방북때 투숙했던 고려호텔이나 과거 남북고위급
회담 당시 남측 대표단이 묵었던 백화원 초대소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 명예회장 일행은 평양에 머무는 동안 초청단체인 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회 위원장인 북한 노동당 김용순 대남담당비서를 비롯, 북한
당국자들과 잇따라 만날 예정이다.

정 명예회장은 이들과 금강산 개발은 물론 원산의 철도차량 사업과
수리조선소 및 고선박 해체사업, 시베리아 및 극동지역 남북공동 진출방안
등 경제협력사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미 89년 방북때 북측과 의정서까지 교환한 합의사항이다.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를 만난다면 평양에 머무는 이 기간에 이뤄질 전망
이다.

평양에 머무는 일정이 불투명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북단은 김일성 생가와 광복거리 등 평양의 관광코스도 둘러보고 현대의
컨테이너 사업 후보지인 남포공단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정 명예회장 일행은 평양방문 일정이 끝나면 헬기편으로 금강산으로 간다.

북측은 최근 외부 인사들을금강산으로 안내할 경우 도로포장이 제대로
돼있지 않다는 이유로 육로를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금강산에서는 하루 정도 머물며 북측과 금강산 개발에 대한 협의를 벌일
예정이다.

정 명예회장과 가족들은 금강산을 둘러본 후 고향인 강원도 통천에 들러
고향 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고향에서 생존해 있는 숙모 등 일가 친척들과 재회하고, 선산에도 들러
성묘를 할 예정이다.

동생과 아들들이 고향을 처음 찾는다는 점에서 하루 더 일정이 잡힐 수도
있다.

방북단은 또 원산에 들러 철도차량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6.4 화차공장과
수리조선소 및 고선박해체사업지인 원산만 일대를 둘러볼 계획이다.

원산을 출발한 방북단은 평양을 거쳐 23일 판문점을 통해 귀환하며 선발대
는 다시 베이징을 통해 서울로 돌아온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