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찬회를 아무리 해도 실천은 쉽지 않습니다. 일요일날 출근해서 눈치
보기는 똑같으니까요"

재정경제부가 연찬회를 가진 다음날인 14일.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출근한 재경부 공무원이 던진 말이다.

환란의 주범으로 몰리던 재경부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가진 사무관급
이상 연찬회에서는 자성의 소리들이 쏟아졌다.

금융정책국의 한 사무관은 "재경부가 쓸데없이 대기하고 서류작업에만
매달리는 페이퍼 컴퍼니로 전락해 있다"며 "토론문화를 살리고 창의력을
발휘할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생활국의 한 서기관은 "윗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휴일에 출근하는 관행
부터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경부는 최근 대통령이 이규성 재정경제부장관에게 힘을 실어줘 환란이후
추락했던 위상을 회복해 가고 있다.

금리인하에 직접 나서 금융기관들을 독려하기도 하고 공기업민영화업무를
기획예산위원회로부터 되가져 오기도 했다.

이규성 재정경제부장관도 연찬회에 참석해 "재경부가 경제정책을 수립
조정하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자신감을 회복하자고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대외적인 위상은 회복됐지만 일요일에도 출근하는 관성이 지속되고 있는
것을 보면 내부체질 개혁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것만 같다.

일방적인 명령,토론의 부재가 재경부를 오랫동안 지배해 왔고 이는 환란
에도 한몫했다.

재경부는 지금 "소프트웨어"를 바꾸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

김성택 < 경제부 기자 idnt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