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가 연일 폭락세를 지속하면서 국내 수출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엔화값 하락은 곧 일본제품의 가격경쟁력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국제시장에서 일본과 경쟁중인 품목들은 타격이 클 전망이다.

조선 자동차 가전 기계 반도체 컴퓨터산업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품목은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중 27%를 차지했다.

따라서 엔화하락은 우리의 수출에 큰 충격이 된다.

모처럼 살아난 수출분위기가 급속 냉각될 것이라는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이렇게 되면 수출목표 달성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는 이에따라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종합상사들도 엔화약세가 지속될 경우에 대비한 탄력적 해외마케팅을
준비중이다.

반도체 업계는 완제품 시장에서 경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64메가D램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중이다.

일본업체들이 엔화값 하락으로 확보한 가격경쟁력을 토대로 가격을 낮추면
국내 업체들도 따라 갈 수 밖에 없다.

이러면 수출채산성은 크게 나빠진다.

반면 수입 일제 반도체장비의 가격은 낮아져 제조원가가 떨어지는 이점도
생긴다.

자동차의 경우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일본 메이커들은 해외 주요시장에서 엔화로 결제를 한다.

현지 수입상들로서는 엔저효과를 시차없이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이러면 엔화하락으로 인한 일본차 가격인하 효과는 국산차 수출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가전업계도 수출단가가 더 낮아질까 걱정하고 있다.

현재 달러당 1천4백원의 환율로 가격을 책정해 수출을 해왔다.

하지만 원화환율이 1천3백원대에서 안정돼 그만큼 마진이 없어 졌다.

엔화하락이 해외시장의 가전제품 단가를 또 떨어뜨린다면 마진없는 수출이
된다는 게 가전업계 주장이다.

10%가량 가격이 낮은 대형TV브라운관도 앞으로 가격차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대형TV의 경우엔 일부 일본업체들이 가격을 내리고 있다.

해외 바이어들이 국내 업체들에 가격인하를 요구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엔화값 하락으로 멕시코산 일본 가전제품들의 국내 유입가능성도 커졌다.

조선업계는 엔화약세가 선박수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업체들이 선가에 바로 반영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하지만 엔화가 장기 하락세를 그린다면 상당한 타격이 우려된다.

기계업종은 타격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동남아 시장이 위축돼 수출이 가뜩이나 어려운 판에 일본 제품과 경쟁하게
됐기 때문이다.

일본업체들이 낮은 가격으로 경쟁을 벌인다면 생존에도 위협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철강업계도 수출 차질이 예상된다.

최대 수출시장인 동남아 시장은 외환위기로 지금 극도로 위축됐다.

이에따라 유럽 미국 서남아쪽으로 눈을 돌리고는 있다.

하지만 새시장에서 일본제품을 공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여기에 엔화약세까지 가세하면 신규시장 개척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석유화학업계는 다행히 엔화약세에 큰 피해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범용제품이어서 일본과 경쟁관계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폭시수지와 고급PVC등 일부제품은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종합상사들은 일본 금융기관들이 국내 업체들에 대출해준 외화자금을
회수할 경우 의외의 자금난이 발생할 것으로 걱정했다.

< 박기호 기자 kh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