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비단 IMF 때문만이 아니다.

세계는 지금 메가 컴피티션의 시대로 들어섰다.

그에 적응하지못하면 도태할 수밖에 없다.

범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산업구조조정, 다시말해서 세계적 추세인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가 IMF의 관리체제라는 내부사정과 맞물려 우리산업의
구조조정을 더욱 재촉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국내산업으로 여겨져왔던 방송부문에서도 위성을 이용한 글로벌
방송사업자가 등장하고 있을 정도로 산업패러다임으로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최강자가 되지못하면 살아남을 수없다.

기업간 국가간 경쟁격화로 선두기업군은 후발업체들의 추격을 막기위해
산업의 과점화를 도모하면서 후발업체는 점차 설땅을 잃어가고 있다.

세계산업질서는 미국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미국은 정보통신 등 미래유망산업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세계 산업계의 재편은 새 주도기업의 등장과 업계의 판도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인터넷의 확산은 무명벤처기업이던 시스코시스템
즈사를 일약 네트워크의 최강자로 올려놓았다.

산업패러다임의 변화는 강자를 약자로,약자를 강자로 만들기도 한다.

예컨데 컴퓨터산업은 8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수직계열화를 이룩한 IBM이
주도했었다.

그러나 컴퓨터산업이 수평구조로 전환되면서 MPU(마이크로 프로세서)를
장악한 인텔과 컴퓨터 OS(운영체계)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확보한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주도업체로 떠올랐다.

세계기업들은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메이저, 마이너.로컬 등 3개
기업군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메이저기업군은 기업간 제휴나 기존사업의 구조조정으로 전세계적 지배력을
갖는 기업들이다.

이들은 국적을 초월한 거대기업간의 합병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벤츠-크라이슬러 합병으로 유럽과 북미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세계 3위
(매출기준)의 자동차업체가 탄생한게 한 예다.

선두기업들은 특히 기술독점권을 강화, 후발기업과의 격차를 현저히 확대
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컴퓨터OS의 독점적위치를 바탕, 디지털TV용 OS영역까지
입지확대를 꾀하고 있다.

마이너기업군은 기술이나 시장지배력에 선두와 격차가 있는 기업들로
경제권역내에서 일정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들은 경쟁우위 분야를 특화, 경쟁력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 7위의 철강업체인 아베드(룩셈부르크)와 유지노사실로(프랑스)가
유럽역내에서의 분업협정을 체결한 것이 사례다.

또 미국 TI사도 대만 에이서와 메모리반도체 합작을 청산하고 강점이 있는
DSP(디지털신호처리장치)분야만 주력하고 있다.

로컬기업군은 자국내 또는 주변지역내에서만 경쟁력을 갖고 있는 기업들
이다.

이들은 메이저기업군과 느슨한 형태의 제휴를 통해 세계적인 거대기업군에
흡수되고 있다.

싱가포르텔레콤 KDD(일본) 등 소규모 통신사업체들은 미국 AT&T, 영국
BT, 독일 DT 등 메이저 기업들과 제휴를 맺고 월드파트너 등 3개의
글로벌네트워크에 스스로 편입됐다.

BMW로 넘어간 롤스로이스처럼 "힘"있는 기업의 품안으로 들어가 경영난을
타개하면서 고급차이미지를 지속하는 것도 한 유형이다.

< 윤진식 기자 jsy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