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금융구조조정이 태국보다 부진하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평가
가 나왔다.

KDI는 19일 "태국의 금융구조조정 현황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태국
이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긴밀한 협조아래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을 한국보다
성공적으로 추진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작년 11월 출범한 태국 신정부에 대한 대외신인도가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으며 이는 태국의 경제위기극복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의 이같은 보고서는 우리 정부에 부실금융기관의 신속한 처리를 통한
금융구조조정을 보다 과감하고 단호하게 처리하라는 촉구로 풀이된다.

KDI는 이 보고서에서 태국이 작년 12월 영업정지된 58개 파이낸스사중 무려
56개를 전격 폐쇄해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입증하면서 채권자의 손실분담을
의무화했다고 평가했다.

올해초에는 증자에 실패한 4개 부실은행에 1천분의 1로 감자(1천주를 1주로
병합)토록 했다.

한국의 경우 IMF가 폐쇄를 요구한 서울 제일은행에 대해 8.2대 1의 감자
비율을 적용한데 비해 주주의 손실부담이 훨씬 컸다.

이같은 조치로 태국의 1,2위 은행인 방콕은행과 타이농민은행은 국제금융
시장에서 신규주식을 공모발행하는데 성공해 자본금 규모를 종전의 5배 수준
으로 확대했다고 전했다.

또 미국 시티은행이 태국의 7대은행인 퍼스트 방콕 시티은행을 인수했다.

중소형 3개은행이 외국은행과 합작하거나 외국에 매각되는 등 은행 스스로
의 합작노력도 활발했다.

태국은 또 증자에 실패한 금융기관 정리때에만 정부가 개입, 국제금융계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KDI는 평가했다.

우리의 경우 성업공사가 부실채권인수를 먼저 시작한데 비해 태국은 부실
채권을 시장에서 우선 매각했다.

나머지 부실채권은 성업공사가 정리할 계획이다.

시장기구를 통한 부실처리가 훨씬 객관적이고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KDI는 태국의 경우 은행 대주주가 형성돼 있고 관치금융이 없었던 점도
빠르게 구조조정을 할수있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또 대형은행이 상대적으로 건전한데다 정리해고가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어
외국인의 직접 투자가 수월했다고 설명했다.

KDI는 우리 정부도 정리대상과 생존가능한 은행을 구분한뒤 회생할수 있는
금융기관에는 증자가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밝혔다.

부실은행은 정부주도로 적극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김성택 기자 idnt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