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통화불안이 다시 국내 주가와 환율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게다가 민노총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노동계 움직임도
심상치 않아 불안감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일부에선 제2의 외환위기를 거론하는 분위기다.

한상춘 대우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외국인투자자들은 아시아국가들을
하나의 나라로 간주한다"며 "인도네시아가 국가부도로 치달으면 한국 태국
등 IMF관리체제하에 있는 국가들은 치명타를 입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같은 조짐은 벌써 여기저기서 목격되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이 급격히 둔화된 것은 물론
일부 채권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 달러 팔자세력들은 7일 외환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런 탓에 미국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30원가량 높은
1천3백90~1천4백원대에서 주로 움직였다.

황창중 LG증권 책임조사역은 "1,2월에 외국자본이 한국 주식시장으로
물밀듯 들어온 것은 대부분 환차익을 노린 것"이었다며 "환율급등으로
대규모 환차손을 입을 가능성이 높은 마당에 누가 한국 주식을 사겠느냐"고
설명했다.

비단 해외 요인만이 아니다.

체이스맨해튼 은행의 김명한 부지점장은 "금융기관과 기업 구조조정
측면에서 4월중 좋은 뉴스가 너무 없었다"며 "외국인들을 끌어들일 뚜렷한
해법제시가 있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국내 구조조정 작업이 형편없이 지지부진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직은 시장전망이 비관론 일색으로 흐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스탠더드차터드은행의 한 딜러는 "외화당좌예금 규모가 9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며 "환율이 오를 경우 물량을 내놓을 세력도 만만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환율이 오르더라도 1천4백20원대에서 한차례 저항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대부분 관계자들은 "시장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는데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예전처럼 1천3백원대 초반의 환율을 기대하기는 당분간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주가회복을 점치는 사람들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것도 우울한
소식이다.

< 이성태.조성근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