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락동에 있는 보우실업의 김명자사장(44).

큐빅제품 등 고급 모조장신구를 전세계 3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85년 사업을 시작한 김사장은 소재와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었다.

"팔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자 곧바로 해외마케팅에 나섰다.

초기에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해외무역관에 도움을 청했다.

뉴욕 유럽 등지에서 열리는 관련 전시회도 빠짐없이 다녔다.

김사장은 "첫 바이어를 유치하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번 거래를 트면 최선을 다해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면 또 새 바이어가 생긴다고 김사장은 마케팅 비결을 소개했다.

그러나 김사장은 지난해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9년간 거래해온 미국의 빅바이어를 경쟁업체가 덤핑으로 빼앗아갔다.

96년 5백만달러이던 수출규모가 지난해에 3백만달러로 뚝 떨어진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다.

우리 수출기업이 해외마케팅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국내 업체간
과당경쟁이다.

선의의 경쟁을 벌이지 못하고 출혈경쟁으로 치닫는다.

오직 경쟁업체의 바이어를 가로채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때문에 지속적인 수출이 불가능하다.

극심한 내수침체로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수출에 나서며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난 3월 12일 비나 플라스틱 등 베트남 최대 국영업체가 사출기계를
구매하려고 방한했다.

인천 남동공단의 D사가 중고사출기계를 15만달러에 팔기로 얘기를 마쳤다.

그러나 계약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내 다른 중고기계 수출업자가 나타나 비슷한 제품을 11만달러에
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구매단이 묵고 있는 호텔에는 더 싼값에 기계를 넘기겠다는 수출업자가
줄을 이었다.

무공의 이용승 시장개발처장은 "올 1.4분기 수출업체들의 채산성악화도
결국 지나친 경쟁으로 단가를 떨어뜨린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막대풀을 연간 6백만달러어치씩 수출하는 아모스의 김일수 차장은
"단가를 10~20% 낮추는 것은 쉽지만 일단 내린 수출가격을 회복시키는데는
2,3년이상 걸린다"고 지적했다.

수출업체 해외마케팅의 또다른 걸림돌은 추락한 국가 신용도이다.

환율이 올라 수출조건이 호전됐는데도 가격 및 결제협상에서 불이익을
보고 있다.

무역협회 윤재만무역진흥과장은 "국가 신용이 떨어져 수출업체들이
새바이어발굴은 물론 기존바이어유지에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공동마케팅도 쉽지 않다.

삼성물산 수출개발사업부 최모 과장은 "기계류수출을 하면서 사후써비스를
염두에 두는 중소기업은 드물다"며 공동마케팅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정부의 마케팅 지원정책도 겉돌기는 마찬가지다.

대규모 수출구매상담회도 소문만 요란했지 내실이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내보내는 시장개척단도 인도 아르헨티나 멕시코 터키 등
일부지역에 집중돼 실질적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자기상표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93년 도입된 일류화지원사업도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96년 5억원이던 일류화사업지원예산은 98년 3억원으로 줄었다.

진웅 홍진크라운 메디슨 등 해외마케팅에 성공한 기업들은 환율상승에
따른 바이어의 가격인하요구를 현지 마케팅활동지원 등으로 무마하고 있다.

지금이 해외마케팅의 호기라고 생각해서다.

진웅의 장순배과장은 "신제품 신기술로 현지 소비자를 공략하는게 진짜
마케팅"이라고 말했다.

<이익원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