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6일 발표한 구조조정계획은 지난 1월21일 내놓았던 "경영혁신계획"
에 비해 상당히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다.

주력업종에서도 외자를 적극 유치키로 하는 등 사업구조조정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정한 점이 그렇다.

삼성의 계획은 또 지난 1월13일 김대중대통령과 재계총수들간의 5개 합의
사항도 충실히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까지 부채비율을 1백97%로 축소키로 한 것은 당초 계획보다 3년 이상
앞당긴 것이다.

그러나 주력으로 육성키로 한 4~5개 업종을 정확히 명기하지 못하는 등
고민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자동차사업 지속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단안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날 4~5개 업종을 주력으로 육성하겠다면서 전자 금융 서비스 등
3개 업종만을 언급했다.

그동안 "주력"임을 강조해온 자동차를 자신있게 꼽지 못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자동차사업에 대한 의지가 있었으면 당연히 주력으로
포함시켰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도 이날 발표자료에서 "자동차 사업은 현재 해외 전문업체와의 전략적
제휴 및 외자유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앞으로 국가 자동차산업의 구조
조정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다소 신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해석하기에 따라선 "정부가 원할 경우" 자동차 사업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으로 돌아선 것 같은 뉘앙스다.

삼성관계자는 이에 대해 "자동차사업의 그룹분리 문제는 자동차사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검토해 볼 수 있는 대안의 하나"라고 말했다.

주력 못지 않게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비주력 업종이다.

이날 구조조정계획이 발표되면서 삼성그룹 내부에서 조차 "도대체 비주력이
어디냐"는 임직원끼리의 전화통화가 끊이질 않을 정도였다.

특히 구조조정계획엔 비주력사업은 외자합작 제3자 매각 등을 통해 정리
하겠다는 방침이 명기돼 있어 직원들의 동요는 심한 편이다.

삼성은 주력사와 비주력 업종에 대해 정확히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업계
에서는 자동차 외에 유통 정도가 주력업종에 포함될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그렇게 되면 기계 화학 조선 의류 부동산개발 언론 등은 비주력으로서
정리대상의 길을 걷게 된다.

특히 최근 여러차례 정리대상으로 언론에 오르내린 화학 관련계열사와
최근 중장비부문 매각으로 위기를 느껴온 기계부문 계열사들은 이날 상당히
침울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재계는 삼성의 계획을 내놨지만 사업구조조정이 당장 가속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비주력사 매각계획의 경우 원매자가 제대로 나서지 않은 형편에서 곧바로
파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력업종의 정비가 쉬운 게 아니다.

주력 중의 주력으로 꼽힌 전자의 경우도 삼성전자로 계열사를 통합할 경우
삼성전기 정도만이 곧바로 절차를 밟을 수 있을 뿐이다.

삼성코닝 삼성전관 등은 합작사와의 또다른 협상이 필요하다.

어쨌든 삼성이 이날 비교적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구조조정계획을 내놓음에
따라 발표를 준비해온 현대 대우 LG SK 등의 부담은 커지게 됐다.

이들 그룹들은 6일 긴급 회의를 열고 발표수위의 재조정 작업에 착수했다.

< 권영설 기자 >

[[ 삼성 계열사 현황 ]]

<> 전자 - 삼성전자 삼성전관 삼성전기 삼성코닝 삼성코닝정밀유리 삼성SDS
광주전자 삼성GE의료기기 서울통신기술 스테코스템코 아산전자
이천전기 한일가전 한일전선 한국DKS

<> 기계 - 삼성중공업(기계부문) 삼성항공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시계
포항강재공업

<> 화학 - 삼성종합화학 삼성석유화학 삼성정밀화학 대도제약 대한정밀화학
한덕화학 삼성SM

<> 자동차 - 삼성자동차 삼성상용차

<> 조선 - 삼성중공업(조선부문)

<> 유통 - 삼성물산 보광훼미리마트

<> 의류 - 제일모직

<> 부동산개발 - 연포레저개발 서해리조트 무진개발 대경빌딩 보광환경개발

<> 언론 - 중앙일보 중앙M&B 중앙이코노미스트 중앙일보뉴미디어

<> 기타서비스(금융포함) -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투자신탁운용
삼성할부금융 삼성화재해상 보광창업투자
삼성생명서비스 삼성에버랜드 신라호텔 에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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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