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 마포영업소의 임광수 과장.

그는 컴퓨터를 켜고 사내 고객관리 프로그램인 "패밀리 1000"에 접속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1인당 1천명의 평생고객을 만들자"는 패밀리 1000 운동.

"명함모으기 운동"처럼 무조건 많은 고객을 확보하자는 과거 방식과는
다른 차원의 마케팅이다.

단골고객을 집중관리해 "대우"브랜드만 보고도 차를 살수있도록
로열티(충성심)를 불어넣자는 전략이다.

IMF사태이후 소비심리가 급속히 위축되면서 새로운 고객찾기란 하늘의
별따기가 돼버렸다.

단골고객을 집중공략해 구매로 유인하는게 효율적인 마케팅 방법으로
부상했다.

자사제품에 대한 고객의 로열티를 높이는게 불황기에 구매확률을 높이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요즘 기업들이 앞다퉈 "로열티경영"을 도입하는 것도 이래서다.

"고객은 기업의 서비스에 대해 만족하지 못할때 반복 구매율이 20-30%에
불과하다.

그러나 만족할경우 70%, 매우 만족하면 거의 1백%의 반복 구매율을
보인다"(LG경제연구원 김승화 연구원).

임과장은 지난달 "패밀리 1000"운동을 도입한 이후 하루일과중 80%이상을
"고객 로열티 높이기"에 보낸다.

출근직후 패밀리1000에 접속하면 대우차 기존고객에 대한 상세정보가
떠오른다.

생일, 결혼기념일은 언제인지,차를 산지는 얼마나 됐으며 구입 예정시기는
언제인지...

임과장은 "1개월이내 구매가능"으로 분류된 고객부터 찾아나선다.

단골고객, 그중에서도 구입이 임박한 고객을 집중공략하기 위해서다.

당장 차를 바꿀 형편은 아니더라도 한번쯤 대우차를 산 고객이라면
상시관리 대상이다.

대우에 대한 고객들의 로열티를 높이기위해서는 가족같은 느낌을 주는게
중요해서다.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을 맞은 고객에게 축전을 띠우는 일은 기본이다.

차를 산지 1년쯤 되는 고객에게도 전화를 건다.

"잔고장은 없는지, 엔진오일을 갈때는 안됐는지", 꼼꼼히 물어본뒤
수리를 대행해 준다.

LG전자는 이달 1일부터 색다른 로열티 마케팅을 시작했다.

"고객의 가전제품 청소해 주기"운동이다.

대리점별로 구매고객 리스트에 올라있는 가정이나 업소를 찾아가
가전제품을 청소하고 수리해주는 것.

LG 브랜드건, 경쟁사 제품이건 상관없다.

"LG제품 사세요"식의 권고는 한마디도 입밖에 내지 않는다.

감동을 넘어서 "로열티"를 끌어내자는 전략이다.

신세계 백화점은 올해 신문광고 예산을 지난해의 33%수준으로 깍았다.

그러나 우편광고(DM)예산은 지난해보다 20% 늘렸다.

기존 고객들을 구매비, 연령, 백화점 이용횟수등 특성별로 분류한뒤
여기에 맞는 상품 카탈로그를 보내자는게 신세계의 새로운 DM전략이다.

불특정 다수보다는 단골고객에 대한 맞춤마케팅에 돈을 집중배정하겠다는
얘기다.

IMF는 마케팅에도 거품을 빼고 있다.

물량공세식의 양적 판촉시대는 갔다.

손님이 많이 온다고무조건 좋아할수 도 없다.

진짜 물건을 살 고객을 가려내고 이들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 재구매로
연결시켜나가는 질적 마케팅.

그게 바로 로열티 경영이다.

노혜령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