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중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도장(페인팅)라인이 갑자기 멈춰섰다.

자동화설비에 들어있는 인쇄회로기판(PCB)이 고장을 일으킨 것이다.

작은부품 하나 때문에 자동차 생산이 올스톱 될 판이었다.

이 PCB는 국내에서 구할수 없는 부품이었다.

게다가 시간은 금요일 오후 5시께였다.

현대의 자동화설비 공급업체인 독일 씨멘스는 몇시간후면 주말연휴에
들어갈 터였다.

씨멘스코리아도 오후 5시면 영업이 끝난다.

토요일은 아예 휴무였다.

현대는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씨멘스코리아로 다이얼을 돌렸다.

전화는 씨멘스코리아의 "핫라인"으로 연결됐다.

부품주문을 받은 씨멘스 직원은 즉각 독일본사로 PCB 주문을 넣었다.

독일에서는 해당부품을 재빨리 수배, 비행기에 실었다.

일요일 밤 서울에 도착한뒤 통관을 거쳐 현대의 울산공장에 도착한 시간은
월요일 오후.

현대는 즉시 필요한 PCB를 교체하고 공장을 돌릴수 있었다.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이 공장휴무일이란 점을 감안하면 현대는 토요일과
월요일 오전만 손해본 채 신속히 공장을 복구할수 있었던 셈이다.

"24시간 가동.필요한 부품은 36시간안에 고객의 손에-"

씨멘스 핫라인 시스템의 원칙이다.

핫라인은 말 그대로 고객과 씨멘스간의 직통 전화선.

이 전화선은 하루 24시간,3백65일 열려있다.

씨멘스코리아에서 해결할수 없는 신고는 곧장 독일 본사의 핫라인으로
연결된다.

고장신고이후 고객에게 해결책이 전달되기까지 36시간을 넘지 않는다는게
씨멘스 핫라인의 원칙이다.

씨멘스 제품은 기업의 공장자동화 설비등 산업 인프라스트럭처 관련장비가
대부분이다.

산업의 동맥을 공급하는 셈이다.

작은 곳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산업이 마비될수 있다는 얘기다.

"고객사후관리"가 씨멘스코리아의 최우선 경영전략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핫라인은 씨멘스 고객서비스 전략의 간판시스템이다.

철저한 고객관리.

이것이 국내에서 고객기업 2천개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씨멘스의 최강
경쟁력이다.

씨멘스코리아는 IMF 한파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요즘 직원들의 교육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불황기를 직원들의 "교육훈련기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초점은 철저한 고객서비스에 맞춰져 있다.

영업이 주춤하는 불황기에 직원교육을 강화해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자는
일종의 역발상 경영이다.

불황기에 호황을 대비하는 우량기업의 면모이기도 하다.

< 노혜령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