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컴퓨터 칩메이커인 인텔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과
대규모 투자협상을 진행중이다.

아시아 태평양지역 순방길에 한국을 방문한 크레이그 배럿 인텔사장은
30일 오후 청와대로 김대중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한국의 몇몇 대기업과
컴퓨터사업 합작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5억달러에서 10억달러 정도의
투자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그는 "투자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기업내부가 김대통령이
의도한 개혁방향대로 빨리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럿사장은 또 이날 오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삼성전자와 투자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럿사장은 "인텔이 삼성전자의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 1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는 국내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비밀사항이므로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해 투자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했다.

그는 "삼성전자와는 서로 협력여지가 많은 만큼 양사간 협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텔은 현재 삼성전자 오스틴공장의 10%지분을 갖고 있다.

배럿사장은 세계 D램반도체 시장에 대해 "지금은 공급이 수요를 웃돌고
있느나 내년 하반기부터는 역전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한국은
다시 이 분야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릴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전망을 바탕으로 그는 한국의 반도체업체가 앞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하는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한국내 일부 PC메이커 및 중소
PC관련부품 개발업체와 자본투자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한국에서 8억~10억달러 규모의 컴퓨터관련 부품을 수입할 계획"
이라고 덧붙였다.

배럿사장은 또 이날 성균관대학교 등 국내 11개 대학을 중심으로 인터넷을
통한 가상대학 "열린 사이버대학"을 추진중인 한국열린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정범진 성균관대총장)에 20만달러 상당의 최신 펜티엄II 서버 11대를
기증했다.

배럿사장은 오는 5월20일 앤디 그로브 현 인텔회장의 최고경영자(CEO)직을
공식 승계하게 된다.

< 한우덕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