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생활을 하는 한이 있어도 3D는 싫다"

실업자가 2백만명에 가까워지는 고실업 시대에 진입하고 있는데도 어렵고
힘든 3D 업종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없다.

이에따라 원화절하로 주문이 늘어난 3D 업체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도금 염색 피혁 열처리 주.단조 섬유분야 업체들이 대표적인 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도 우리 사회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증거다.

특히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들이 줄지어 출국하면서 근로자공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기도 양주소재 영진섬유의 이근배사장은 한달째 종업원을 한명도 뽑지
못했다.

불법체류 외국인의 면책출국시한이 3월말로 다가오면서 필리핀 근로자
4명이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이들을 대신할 근로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벼룩시장에 광고를 내고 노동부산하 인력알선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실업자가 늘어난 탓에 찾아온 사람은 여럿 있었지만 입사한 사람은 단
1명도 없다.

작업현장이 나쁘다며 발길을 돌렸기 때문.

월급도 외국인근로자보다 10만원 많은 70만원을 제시했지만 그 정도를 받고
이런 환경에서 일을 할순 없다면 돌아갔다.

도금업체인 P사의 사장은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아직까지 힘든 일을 견디지
못하고 대부분 하루 이틀만에 그만 둔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정리해고 등으로 생계유지가 어려운 근로자들이 다급한 나머지
3D 업종을 찾지만 이들을 고용하면 얼마 안가 골탕을 먹게 된다는 인식이
중소업체에 퍼져 있다"고 말한다.

대량실업의 시대에도 3D는 여전히 천덕꾸러기인 셈이다.

업체들이 사람를 구하려고 외국인근로자보다 30%이상 임금을 더 준다고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폭발적으로 느는 실업문제를 감안할때 불법체류 근로자의 단속을
막아달라고 정부에 요청할수도 없어 진퇴양난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3D 업종의 기업들이 기협중앙회의 인력알선센터를 찾아
구인을 요청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연수생은 3만7천명으로 동결돼 있어서 방법이 없다.

그나마 실업이 늘지 합법적인 외근인근로자들마저 내보내야 한다는 여론의
압력도 높아지고 있는 형편이다.

취업중인 불법외국인 근로자의 숫자는 30만명 가까운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대신 국내 실직자들이 자리를 잡는다면 2월말 기준으로 실직률이
5.9%에서 4.5%로 낮아진다.

"실업문제가 사회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갈수록 상황은 악화될 것이다.
실직자들이 찬밥 더운밥을 가릴 때가 아니다"

서정원 선광전기 사장은 3D 업종의 인력난은 국내 실업인력으로 해결할수
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실직자들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물론 기업들도 작업여건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기업을 꾸려가기 힘든 상황에서 환경개선에 투자할 여력이
있는 업체가 드물다는데 문제가 있다.

"정부는 예산이나 IBRD 자금 등의 재원을 실업자 수당지급 등 근시안적인
곳에 쏟아 부어선 절대 실업문제가 해결될수 없다. 근본적으로 기업이
고용을 창출할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임도수 안산상공회의소 회장은 정부가 3D 업종을 포함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경영환경개선을 위해 과감한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다.

고용흡수효과가 크고 상황변화에 탄력성이 뛰어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고용과 경제회생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수 있는 방안이라는 설명
이다.

< 김낙훈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