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배변훈련을 돕는 "멜로디변기"로 1천만달러를 벌어들인 펜타존의
채인기사장.

국제발명가대회에서 이 아이디어로 금상까지 받은 그이지만 처음엔 부도를
내고 말았다.

기발한 발상은 좋았으나 시간에 쫓겨 평범한 디자인을 내놓은 탓에 도무지
팔리지 않더라는 것이다.

부도가 난 뒤에야 비로소 디자인이 문제였음을 알았고 다시 도전할 때는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였다.

안전과 편안함을 고려한 인체공학적인 설계와 잘 어울리는 색으로 그는
재기를 넘어 성공할 수 있었다.

"한 차원 높은 디자인을 만나고서야 아이디어가 히트상품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고 그는 돌이킨다.

심전계를 만드는 닥터리의 이상용 사장은 얼마전 겨우 짬을 내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을 찾았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이곳과 힘을 합쳐 심전계 디자인을 개발한지 1년만에 3억원정도에 불과했던
매출이 30억원으로 뛰어오른 것이었다.

언뜻보면 의료기기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친근감을 주도록 디자인한 것이
히트를 쳤다.

속눈썹성형기 "아이컬"로 지난해 매출 1백억원을 기록한 은성디벨럽먼트의
서정주 사장도 디자인에 눈을 돌려 성공한 경우다.

여성들이 바늘을 달궈 속눈썹을 올리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 이
제품이다.

투박하기 그지없던 첫 모델은 한햇동안 겨우 6억원어치가 팔렸다고 한다.

그러나 과감한 투자로 고급 립스틱을 떠올리게 하는 새 디자인을 개발한
뒤로는 매출이 매년 두배씩 늘고 있다.

국내 전기압력밥솥시장을 이끌고 있는 대웅전기산업은 신제품 기획단계부터
디자인을 생각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밥솥의 품질을 가늠하는 밥맛도 디자인에서 나오는 것이라는게 이 회사
김용진 사장의 얘기다.

디자인은 겉모양을 꾸미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품질을 높이기 위해
구석구석에 들이는 정성임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한해 30억원 남짓이었던 이 부문 매출은 디자인투자가 열매를 맺으면서
지난해 1백50억원까지 올랐다.

동양적인 이미지의 칫솔살균소독기 디자인을 세계에 수출하고 있는
에센시아나 튤립을 모티브로 한 욕실용품 디자인을 개발한 에프씨산업,
신개념 TV 장식장으로 히트를 치고 있는 가야산업 등도 디자인개발로 성공한
기업들이다.

가장 적은 투자로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경영전략의 요체는 바로 튀는
디자인의 개발이다.

< 김용준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