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항공기 개발사업의 앞날에 먹장구름이 잔뜩 끼었다.

합작선 제휴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게다가 정부 지원예산이 턱없이 줄었다.

날개도 펴보지 못하고 주저 앉을 운명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중형항공기 개발사업에 쓰일 올해 정부 예산은 10억원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국회에서 24일 추경예산을 다룬 결과 그렇게 잡혔다.

25일 본회의에서 확정되는 수순만 남겨 뒀다.

당초 산업자원부가 예산당국에 올렸던 1백80억원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다.

지난 94년 중국과 중형항공기 합작을 추진할 때 예상됐던 개발비는 대략
12억달러.

중국과 우리가 50%씩 부담한다는 조건이었다.

우리측 사업비는 정부 예산과 업계 부담이 각각 반반씩이었다.

소요비용 3억달러에 예산 10억원은 "사업 보류나 포기"와 같다.

사실 중형항공기 예산 대폭감축은 예견된 결과였다.

그동안 워낙 난항을 겪어 실적이 없었던 탓이다.

난항의 가장 큰 원인은 합작선 찾기.

지난 96년 6월 중국과의 합작 결렬 이후 사업추진 과정은 이를 말해 준다.

유럽의 에어사(AIR)가 중형항공기 개발사업 자체를 포기했고 대안으로
모색한 포커사 인수도 불발에 그쳤다.

올들어 3개사를 상대로 가진 협의도 별무 소득이다.

러시아 듀플레트사는 기술이전 여부가 불투명한데다 시장개척 능력이
의심스러워 제외된 상태다.

미국과 독일의 합작사인 페어차일드 도니어사와 70인승 제작을 시도했으나
역시 실패했다.

개발계획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항공기 제작 기술이라도 이전받자는 차원에서 화물항공기 합작선도
모색됐다.

이스라엘 IAI사가 대상.

그러나 항공기가격과 부품가격을 워낙 낮게 제시하고 있어 합작은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중형항공기 개발사업의 부진은 국내 항공산업에도 상당한 충격을 안겨줄
전망이다.

당장 2000년초 완제기를 개발해 생산국으로 떠오른다는 청사진은
사라지게 됐다.

중형항공기 개발사업에 대비해 항공기 제작업체들이 미리 확보한 인력과
시설도 문제가 된다.

업체들로서는 제작물량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오는 99년 한국형전투기 사업(KFP)이 끝난다.

고등전투기 사업은 5-6년후에나 본격 제작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러면 2000년-2005년은 항공기 제작 공백기가 된다.

초등기 중형항공기 고등훈련기의 단계를 거쳐 항공기술을 확보하려는
계획도 차질이 생기는 셈이다.

업계는 중형항공기 사업 지속여부 판가름 시점을 4월말로 보고 있다.

4차 사업연도가 이때 끝나는 탓이다.

산자부는 "예산 10억원"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사업을 계속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여겨진다.

사업부진으로 미집행된 예산 2백50억원을 활용한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중형항공기 사업이 무산될 문턱까지 도달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예산만 낭비하면서 사업을 끌고 간다는 지적은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정부와 업체가 사업비를 반반씩 부담해야 하는 점도 걸림돌로
비춰지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체제 이후 자금난을 겪고 있는 업체들이 자금회수
시기가 불투명한 항공산업에 투자할 여력이 있겠는냐는 점에서다.

<박기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