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공무원들이 복지부동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경제장관들은 장관들대로, 실무직원들은 실무자대로 엎드려 있다.

과거처럼 사정의 칼날을 피하기 위한 복지부동이 아니다.

눈치를 보기위해 일단 엎드리거나 조직개편에서 잘리지 않기 위해 붙어
있고 보자는 것이다.

과천관가에서는 이를 ''낙지부동''이라고 한다.

이규성 재정경제부장관의 취임식 첫마디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자''
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장관은 취임한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언론과의 인터뷰를 기피하는
등 자신의 정책방향을 국민들에게 명확히 보여주지 않고 있다.

경제장관중 수석이지만 부처별 정책을 조율하는 리더십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 실업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사실상 경제장관회의를 열었으나
결론없이 끝났다.

심각한 견해차이만을 확인하고 17일 경제대책조정회의로 떠넘겼다.

더이상 부총리도 아니고 예산권도 없으니 재경부장관의 주장이 먹혀들기
어렵다는게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획예산위원회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

행정개혁의 실권은 없고 기획만 할 뿐이라며 말을 아낀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이 직접 경제를 챙기겠다고 나서자 모두들 청와대만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또 업무영역과 권한이 불분명해 할수 있는 것과 할수 없는 것을 가리기가
어렵다.

재경부와 금감위, 재경부와 기획예산위원회의 권한한계가 어디인지는
대통령이 선을 그어주기 나름이다.

자민련 몫의 장관들은 대통령의 신뢰를 확인할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와관련 16일 조순 한나라당총재는 "이번 경제팀은 수장도 없고 칼라도
없기 때문에 팀이라고 할수 없다"며 "다양한 사람으로 구성된 경제대책조정
회의에서 토론을 벌이고 대통령이 결론내리는 구조는 독단을 양산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무자들은 외환위기에 대한 감사와 조직개편의 와중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바짝 엎드려 있다.

열심히 일한 사람들일수록 ''환란''의 주범으로 몰렸다며 비교적 현안이
없는 곳으로 몰린다.

재경부의 경우 재무부출신 과장급들은 경제정책국과 기획예산위원회로
대거 이동했다.

주요부서는 정책기획수석실이다 경제수석실이다 총리실이다해서 보고할
곳만 많고 정책결정의 보람은 찾을수 없다고 한 공무원은 토로했다.

과거 PK(부산경남) TK(대구경북) 출신들도 나서기를 두려워하는 그룹.

호남출신 충청출신이 대거 중용되는 ''권력이동''의 과정에서 자칫 목소리를
높였다가는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성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