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수출대금으로 받은 외화를 해외 현지금융의 상환과 수입대금
결제를 위해 국내 외환시장에 내놓지 않고 외화예금의 형태로 예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 흑자가 외화예금 잔고만 높이고 환율안정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5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기업예금이 대부분인 거주자외화예금이
지난연말 이후 54억달러 내외에서 움직였으나 최근 종금사 추가폐쇄를
계기로 지난달말 59억달러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현재도
57억2천만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들은 기업들이 최근 해외 현지금융의 만기연장 비율이 70~
80%에 그치는데다 연장된 차입금도 상환금리가 높아져 해외차입금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수출대금으로 받은 외화를 거주자외화예금으로
예치해놓고 수입대금 결제와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업들이 국내 환율이 불안정함에 따라 과거와 같이 수출대금으로
받은 외화를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로 환전하기를 꺼리고 있다며 일부에서
제기됐던 기업들의 달러 사재기는 조사결과 거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들은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연속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했음
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를 국내 외환시장에
내놓지 못함에 따라 당초 기대와 달리 무역수지 흑자가 환율안정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올들어 지난 2월까지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10억달러를 넘고 채권투자도 3억달러를 초과한 것
으로 나타났다며 현재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연말까지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1백억달러에 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자금들은 현재 원화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있기
때문에 들어오는 것으로 실물경제가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일시에
빠져나갈 수도 있는자금이라고 지적하고 장기투자인 외국인 직접
투자를 촉진해 외자구조를 질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멕시코의 경우도 국제통화기금(IMF) 자금지원후 환율안정이
계속됐으나 실물경제의 회복이 늦어지자 2~3분기 후에는 환율이
다시 폭등하는 경험을 했었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