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카고상업거래소(CME)가 한국 원화의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원화가 해외거래소에 상장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화의 상장이 실현되면 외국투자가들이 원화투자에 따른 위험을 회피
(헤지)할 수 있는 길이 열려 국내채권 등에 대한 외국인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4일 CME와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CME는 원화를 상장시키기로 하고 지난주
미국의 선물거래 감독관청인 선물감독위원회(CFTC)에 원화상장에 대한
승인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상장되는 종목은 원.달러환율의 선물과 선물옵션 두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CFTC의 승인은 이르면 수일, 늦어도 3개월정도 걸리는게 통례다.

따라서 승인절차가 늦어지더라도 상반기중 상장돼 거래가 개시될 전망이다.

원화의 CME상장에 자문역할을 하고 있는 박헌영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는
"지난 주말 CME의 원화상장준비팀과 회의를 열고 CFTC의 승인이 이루어질
경우 구체적인 상장방안과 일정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최근 CME를 방문했던 재경부 관계자도 "CME가 원화상장을 준비중"이라며
"CFTC가 한국의 원화환율이 이상하게 움직일 경우 한국의 원화현물시장을
조사할 수 있도록 미국과 한국이 양해각서를 교환할 경우 원화상장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고 말했다.

한편 현재 CME에는 미국달러 독일마르크 일본엔 프랑스프랑 캐나다달러
네덜란드길더 등 선진국 통화가 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이번 원화의 상장은 개발도상국으로는 멕시코페소에 이어 시카고시장 사상
두번째다.


*** 국제통화 인정...헷지 위험 줄어 ***

원화가 CME에 상장되는 것은 원화가 국제통화로 인정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현재 CME에 상장된 통화가 선진국 6개통화와 멕시코등 7개국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또 더 중요한 의미는 원화의 가치변동에 따른 위험을 헷지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내외금리차가 높아도 환율리스크가 커 외국인 자금유입이
제한적이었다.

지난해 12월11일부터 채권시장이 개방됐어도 외국인투자가 1조2천원선에
머무른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원화상장으로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관리"할 수 있게 되면 외국인자금
유입이 확대돼 원화환율이 안정될수 있다.

IMF 관리도 빠른 시일안에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게 될 것이다.

다만 원화가 CME에서 거래될 경우 서울외환시장이 크게 위축되는 부작용은
불가피할 것이다.

원화의 CME상장에 따른 긍정적 효과는 극대화하고 부작용은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홍찬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