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휴 은행감독원장이 자신의 30여년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자리에서 미당
서정주의 시 "국화앞에서"를 인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2일 은행감독원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원장은 이임사 끝무렵에 "이제
표표히 자연인으로 되돌아간다"며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에는
소쩍새가 울고 여름에는 먹구름속에 천둥이 쳤지만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먼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앞에선" 내모습을
조용히 바라본다"고 자신의 심정을 표현했다.

이 원장은 "과차입에 의한 과투자와 오투자의 종착역은 부실과 부도"였다며
"실물부문의 부실은 필연적으로 금융기관 부실로 귀결됐고 실물과 금융의 양
부실은 오늘날 우리경제의 난국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금융기관 여신심사기능의 취약성을 개선하고 부실여신을 감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는 한편 경영실태평가 위주의 선진 검사체제를
확립하는데 주력해 왔다"며 "그러나 실물부문의 부실을 치유하기 위한 구조
조정이 큰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어 그 성과는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진단.

이 원장은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국제통화기금(IMF) 한파에 떨고 있어
은행의 감독과 검사의 임무를 맡았던 사람으로서 그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이 사표를 제출해야 했던 원인이 된 "김대중 비자금사건"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

이 원장은 당초 이 사건과 관련, 검찰이 사직을 전제로 입건하지 않는다고
밝힘에 따라 사표를 제출했으나 그동안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지난달 28일자
로 수리됐다.

<박기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