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뛰는 소유경영인이냐, 아니면 배당만 받는 대주주냐"

오너 회장들의 그룹내 위상정립이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실제로 부도가 나면 민.형사적 책임까지 지는 대표이사가 되던가 아니면
경영에 간섭하지 않는 대주주로 확실히 선을 그으라는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측의 지배주주 책임경영 요구가 강력하기 때문이다.

재계는 국내 대기업그룹회장들이 실제로 경영에도 관여하면서 책임도
져왔지만 보다 법적인 책임을 요구하는 새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여
그룹회장들이 주력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새정부의 출범에 즈음한 이번 주총시즌부터 주요 그룹 총수들이
주력 계열사의 대표이사로 잇따라 등재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대우 등 총수들이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지 않고
있는 그룹은 물론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현대 LG SK 등의 기업들도
총수의 대표이사 등재문제 검토에 착수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주력계열인 삼성전자나 그룹모기업인 삼성물산
등 1-2개 기업의 대표이사를 맡게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는 정몽구 회장과 정몽헌 회장이 현대정공 현대전자 등 6-8개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다른 "몽"자 항렬 형제도 계열사 대표이사직을 갖고
있지만 최근 대표이사 등재문제를 새로 검토하고 있다.

LG는 구본무회장이 LG화학과 LG전자의 대표이사로 돼 있는 데다 LG건설과
LG상사의 이사로도 등재돼 있기 때문에 현재 대표이사 추가등재문제에 대한
검토작업은 미루어둔 상태다.

LG는 그러나 구회장이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장악해야할 필요성이 있는
계열사에 대해 구회장을 대표이사로 추가등재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대우는 김우중 회장의 대표이사 등재문제에 대해 김회장의 입장표명을
기다리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김회장이 과거 대우중공업 등의 대표이사를 맡은
전례가있기 때문에 대표이사 등재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은 현재 쌍용양회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석준 회장을 쌍용정유 등
핵심계열사 대표이사로 추가등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최근 정계은퇴를
선언한 김석원 고문에게도 몇개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겨 현업복귀에
대비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한화는 8개 계열사 이사로 등재돼 있는 김승연 회장이 한화, 한화종합화학
등 주력 계열사에 대해 책임경영 차원에서 대표이사직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30대 그룹에 새로 진입한 거평 등 중.하위 그룹들도 주요 그룹의 움직임을
봐가며 회장의 계열사 대표이사 등재와 기조실 정리문제 등을 함께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재계에선 오너의 대표이사 등재 문제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찮은
형편이다.

오너의 대표이사 등재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추구해온 정부측의 입장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서 여론을 의식한 임시방편적인 조치라는 게 반대 이유다.

<권영설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