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한파 속에서 처음 맞는 올 설대목 경기는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기업체들은 고금리 환율상승 등 힘겨운 경영환경속에서 예년처럼
직원들에게 선물세트를 나눠줄 여유가 없었다.

샐러리맨들도 감원 감봉바람속에 선물주고받기가 힘겨웠기 때문이다.

이같은 살풍경을 반영, 설선물세트 제조업체나 유통업체에 몰리던
기업체 단체주문이 격감했으며 백화점 고가품매장은 손님 발길이 거의
끊겼다.

할인점 등 유통업체들의 설 선물세트매출이 30~4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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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화점 ]]

백화점들은 전례없이 설선물 상품들을 바겐세일에 포함, 손님끌어들이기에
안간힘을 썼으나 선물세트 매출증가율은 10%이하에 그쳤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통상 바겐세일때 매출이 평소보다 40%이상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올 설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보다 30%정도 떨어진
것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명절선물이라면 10만원이상의 고가품이 제격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진 것도
올해의 특징.

갈비 정육 굴비 양주세트등 고가품 판매가 극히 부진한 반면 1만-2만원대의
생활용품 양말 넥타이세트등 저가상품매장에 손님들이 북적거렸다.

주고 받기 편해 명절때마다 수요가 급증했던 상품권도 IMF한파에 맥없이
허물어져 매출액이 전년같은기간보다 뚝 떨어졌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10만원대 갈비 정육세트와 10만-20만원대 굴비세트
판매량이 50%나 줄어들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또 양주 매출(전점)이 작년 38억원에서 올해 25억원으로 35% 줄어들었다.

반면 단가 7천-1만2천원대의 양말세트는 작년 7천만원 매출에서 올해
9천만원으로 3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본점 민속주매장은 올해 하루평균 매출이 1천만원으로 지난해의
2배에 이르고 있다.

기업체 단체주문을 맡는 롯데백화점 특판팀은 올해 지난해보다 40%
줄어든 55억원의 매출실적에 만족해야할 형편이다.

[[ 할인점 ]]

명절대목마다 40-50%씩 매출이 급성장하던 할인점도 올해 처음으로 매출이
급감하거나 정체상태를 기록했다.

선물세트의 가격대도 기존 2-3만원대에서 1만원대이하로 낮아졌다.

킴스클럽의 경우 설을 앞두고 수원점 서울본점등 20개점포에서 하루평균
17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40%가량 줄어든 수치다.

킴스클럽 서울본점의 안주용 점장은 "고객1인당 구입액이 작년에
8만6천원이었으나 올해는 6만5천원대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E마트 분당점은 지난해 매출수준을 가까스로 유지했다.

하루평균 매출은5억원대.

하광옥 분당점장은 "그나마 비누 참치캔등 생활용품위주의 선물세트가
꾸준히 나갔다"고 말했다.

회원제할인매장인 프라이스클럽 양평점도 하루평균 지난해 수준인
6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 슈퍼 ]]

슈퍼마켓의 경우 1만-2만원대의 저가선물상품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LG슈퍼는 설선물매출이 지난해보다 10%이상 줄었다.

손님들이 찾는 선물도 2만원대의 참기름 식용유 비누 치약세트등 저가
생활용품이 대부분이었다.

한화스토아도 설선물판매액이 전년대비 60%수준에 그쳤다.

배달을 해주는 5만원이상선물은 지난해 1만건에서 올해 5천건으로 줄었다.

[[ 재래시장 ]]

남대문 동대문등 재래시장들은 IMF한파이후 지방상인은 물론 일반
소비자조차 크게 줄어 대목경기는 고사하고 재고처리에 골머리를 앓아야할
정도였다.

남대문시장의 원아동복상가 상우회 이재일상무는 "아동복상가는 명절때마다
짭짤한 재미를 봤지만 올해는 지방상인이 절반이하로 줄어 재고를
처리하기에도 벅찬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남대문시장의 원 포키 크레용 마마 포핀스등 아동복상가들은
재고처리를 위해 원단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덤핑판매에 나서야했다.

숙녀복 남성복 잡화등을 취급하는 상가의 경우 일반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겨 상황은 더 심각했다.

거평프레야 3층 남성복상가 정종욱씨는 "IMF한파이후 상가를 찾는 도소매
손님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설대목 매출액도 지난해의 30%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동대문시장 숙녀복상가인 아트프라자의 한 상인은 "설대목을 겨냥한
제품들이 그대로 남았다"며 "설이 끝나면 당장 봄상품을 내놔야하는데
현금회전이 안돼 공장을 돌리기 힘든 형편"이라고 푸념했다.

[[ 선물세트 제조업체 ]]


제일제당 오뚜기 동원산업 대상등 식품업체들의 설 선물세트 판매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기업들이 단체로 대량구매하는 이른바 "기업특판"은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주요 식품업체들은 올해 설선물세트 판매목표를 지난해보다 6-10%정도
늘려잡았으나 목표를 대부분 달성하지못했다.

제일제당은 지난해보다 11% 늘어난 5백만세트를 만들었으나 물량을
다 판매하지못했다.

동원산업은 지난해 선물세트매출 3백30억원보다 불과 6% 증가한
3백50억원을 올리는데 그쳤다.

오뚜기도 지난해 1백30만세트보다 7.7% 증가한 1백40만세트를 판매하는데
만족해야했다.

제일제당의 경우 최근 품귀현상을 빚은 설탕을 선물세트로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유통부>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