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종합기술금융(KTB)과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제19회
벤처기업상 시상식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KTB하이테크빌딩에서 열렸다.

영예의 과학기술처장관상은 (주)나노하이텍이 차지했고 KTB사장상은
건아기전(주), 한국경제신문사장상은 (주)로커스에 돌아갔다.

전문가들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된 이들 3개 업체는 새로운
기술분야의 국산화개발을 통해 수입대체및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갈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등 벤처기업의 참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됐다.

수상업체의 성장과정과 기술개발노력을 소개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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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제품, 어떤 공정이든 끝마무리가 중요하다.

설계상 기능이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실제 생산의 마지막 과정을 잘
매듭짓지 못하면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마무리 과정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를 불량품을 그대로
내보낼 경우 회사의 신뢰도에 금이 가 자칫 돌이킬수 없는 지경에
이를수도 있다.

공정라인 끝에 제품 전반에 대한 철저한 검사과정을 두는 이유이다.

눈으로 살피기도 하고 각종 첨단 테스트 장비를 동원, 예상되는 최악의
조건 아래에서도 설계상의 기능이 완벽히 발휘되는지 점검한다.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의 경우도 예외일수 없다.

반도체는 특히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초정밀공정을 거쳐 생산되는
까다로운 제품이어서 마무리 특성테스트장비의 정밀.정확성은 더 높은
수준의 것이 요구되게 마련이다.

따라서 생산장비는 물론 특성테스트장비 역시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이
없으면 만들어내지 못한다.

반도체산업이 우리나라 수출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생산장비와 특성테스트장비는 거의 모두를 수입해 써야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이들 장비의 국산화개발이 잇따라
반도체산업 관련기술의 완전자립에 밝은 빛을 던져주고 있다.

나노하이텍(대표 김대운)도 그 주역중 하나.

메모리 반도체의 마무리 특성평가장비인 테스트 번 인(TEST BURN IN)및
하이픽스시스템(HI-FIX SYSTEM)의 국산화에 처음으로 성공, 불모지나 다름
없는 국내 반도체 특성테스트장비분야에 새장을 열었다.

테스트 번 인은 생산된 메모리 반도체의 신뢰성을 점검하는 장비.

섭씨 1백25도의 높은 온도에서 주변 시그널과 AC(교류)특성을 인가해
초기불량을 검출해내는 역할을 한다.

하이픽스시스템은 설계된 대로의 DC(직류)특성을 가했을 때 메모리
반도체가 용량대로 읽고 쓰는지를 테스트하는 장치.

메모리 반도체는 이 두 마무리 테스트에서 합격점을 받아야 시각검사를
거쳐 출하된다.

나노하이텍의 꿈은 지난 92년 설립 이전부터 영글기 시작했다.

삼성맨(그룹공채 21기)으로 10여년.

김대표는 삼성전자 반도체 관련장비및 원자재 국산화 개발팀장을 끝으로
91년 퇴사했다.

"내사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반도체 특성테스트 장비는 불모지대와 다름없었습니다.

모두들 불가능한 것이라고 우려했지요.

하지만 어려울수록 도전해볼 가치가 있는게 아니겠어요"

곧바로 한양엔지니어링에 이사로 들어갔다.

테스트 번 인사업부에서 아이템 총괄관리를 맡았다.

혼자 힘으로 나래를 펴기위한 준비기간이었다.

이듬해 자본금 2억원으로 나노하이텍을 설립했다.

4메가D램용의 테스트 번 인보드 및 하이픽스시스템 개발을 시작했다.

삼성전자에서 같이 근무했던 엔지니어들이 합류해 기술력은 웬만한
수준에 올라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다시 기초를 다진다는 각오를 했다.

국내 반도체제조업체의 협조를 받아 정보수집및 기술조사에 철저를 기했고
엔지니어들을 일본 등 해외 관련업체에 파견, 설계를 중심으로한
핵심기술을 습득케 했다.

연구개발의 결과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게 나오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이를 기반으로 96년부터 64메가D램용 테스트 번 인 및 하이픽스시스템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들 장비는 일본의 ADVAN사가 개발,국내 반도체 3사에 납품하던 것으로
자체 개발하기에는 기술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됐었다.

그러나 1년도 안돼 개발에 성공, 양산체제를 갖추었다.

"기본기술에 충실한다는 전략이 주효했어요.

국내 반도체제조업체의 도움도 힘이 됐습니다.

특히 현재 이 두 제품을 납품하고 있는 현대전자와의 긴밀한 관계가
절대적이었어요.

현대전자는 끊임없는 기술미팅과 교육에 열의를 아끼지 않았지요"

이 두 장비는 특히 일본제품에 한치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품질을
자랑하는데다 가격은 40%이상 저렴해 반도체제조업체의 생산원가절감에
크게 기여했다.

수입제품을 밀어내면서 외형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설립 이듬해까지 20억원을 밑돌던 매출이 연평균 1백80%씩 늘어 96년에는
1백5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2백30억원에 달했고 올해는 3백억원선을 웃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해외시장도 뚫었다.

일본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만과 싱가포르의 반도체 제조업체에
납품했다.

수출비중은 매출액의 3%정도.

적시납품전략이 주효했다.

주문을 받은 후 납품하기까지의 시간을 일본업체의 3분의1수준인 2개월로
단축시킨 것.

규격품만을 내놓는 일본업체와는 달리 맞춤제작에 응해 이들 지역 업체의
주문을 이끌어냈다.

"반도체 경기가 되살아나 매출목표 달성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앞으로 수출에 힘을 실어 매출의 20%선까지 늘려나가는 등 해외에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힘을 보여줄 계획입니다"

김대표는 또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시장을 주도할 1백28메가, 2백56메가
D램용 테스트장비의 국산화에 대비하고 있다.

이를위해 연구개발 투자비를 매출대비 8%선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며 일본의 설계기술연구소에 기술인력을 파견중이다.

"반도체산업은 "타이밍산업"입니다.

급변하는 고객니즈에 맞춰 선제공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제든 최고의 제품을 내놓을수 있게끔 제반기술을
확보해 놓아야 하며 나노하이텍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고 김대표는 강조했다.

< 김재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