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회장단이 15일 경영혁신과 자구노력을 골자로 한 "결의문"을 채택한
것은 지난 13일 김대중당선자와 4대그룹 총수 회동에서 이뤄진 합의에 대한
재계 차원의 적극적인 실천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안으로는 정치권과 노동계를 대상으로 재계의 적극적인 개혁동참의지를
밝힌 것이고 밖으로는 국제통화기금(IMF) 협약내용에 대한 민간차원의
충실한 준수 의지를 선언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14명의 회장단이 대거 참석한 것은 지난 95년 11월 재계 자정선언을
위한 회장단회의 이후 최대여서 이 결의의 무게를 더했다.

이건희 삼성회장은 1년여만에 김승연 한화회장이 수년여만에 회장단회의에
모습을 드러냈다.

회장단회의 직후 열린 오찬 간친회에는 최근 총수자리에 오른 김병진
대림 고두모 대상 최용권 삼환 이수영 동양화학회장 등과 구형우 한솔그룹
부회장 등 5명이 합석해 그야말로 "긴급 재계총회"를 방불케 했을 정도다.

회장단이 이날 대내적으로 강조한 점은 두 가지다.

우선 새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정책에 대한 재계의 적극적인 지원의지다.

손병두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회의 직후 "이날 회의는 13일 정.재계 회동
에서 이뤄진 합의사항을 적극 수용해 실천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는 것이
기조였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이 때문에 이날 전경련 회장단의 결의를 이달내에 국민협약을
마련하기 위해 이날 출범하는 노.사.정위원회와 관련시켜 보기도 했다.

재계차원의 무게실어주기라는 해석이다.

대내적인 메시지의 또 다른 하나는 노동계를 위한 것이다.

고용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를 다짐함으로써 정리해고제의 입법화를
앞두고 불안해 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리해고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전경련 회장단이
정리해고를 기업회생의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하겠다고 다짐한 것 자체가
의미있다는 얘기다.

이날 재계의 결의가 주는 대외적인 메시지는 민간차원의 IMF협약 준수의지.

상호지급보증해소 추진, 국제규범에 맞는 재무제표작성 등 경영투명성
제고에 대기업그룹들이 앞장서겠다는 공식 선언을 내놓았다는 자체가
신인도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재계는 기대하고 있다.

또 대기업들이 수출증대를 통해 무역흑자 기반 조기달성 의지를 과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전경련회장단은 총수 재산의 출연 등을 포함한 지배주주의 책임과
관련해서는 구조조정시 한계계열사 처분 등으로 생긴 재산은 주력계열사에
재출자한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아이디어를 내지 못해 뾰족한 대안마련에
이르지 못한 고민의 일단을 보이기도 했다.

경제위기 극복과 IMF조기졸업을 목표로 경제의 큰틀을 짜고 있는 새정부의
계획에 무게를 실어주기 위한 재계가 내놓은 결의가 앞으로 어떤 실천으로
구체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