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13일 오전 5대그룹회장과 직접 만나기로 하자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김당선자가 당초 박태준 자민련총재로 하여금 그룹총수와 연쇄회동을
갖고 협조를 구하려던 계획을 바꿔 직접 면담에 나섰기 때문이다.

재계는 특히 김당선자의 구조조정 요구수준과 추가적인 협조요청의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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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5대 그룹회장과 직접 만나기로 결심한 것은
인도네시아와 태국의 모라토리엄(지불정지)위기 등 국제금융시장의 여건이
다시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김당선자는 10일 오전 국제금융시장의 상황을 진단한뒤 대기업의 구조조정
을 한시라도 늦출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박태준 자민련총재의 자택으로
전화를 걸어 5대그룹회장을 직접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박총재도 동석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당선자는 5대그룹회장들과의 만남을 결정하기전 미국의회의 일부가
대한지원을 반대하고 인도네시아와 태국이 모라토리엄위기에 직면한데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영 국민회의대변인은 이와관련, "외환위기는 계속되고 있으며 한국의
경제개혁의지에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이 위기의 요인"이라며
"상호지급보증과 결합재무제표작성 문제에 관한 대기업의 자발적인 구조조정
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대변인의 이같은 발언은 국제신인도를 확보하기 위한 경제구조개혁에서
최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정리해고문제를 해결하는데 대기업의 개혁이
지렛대역할을 해주기 바라는 김당선자의 심경을 대변해 준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은 이미 김당선자가 지난 연말 경제5단체장과의 만남
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해 줄것"을 요구한 터여서
추가로 당부할 내용이 있을 것이라는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박지원 대통령당선자대변인은 이와관련, "김당선자의 최대 관심사는
외국자본 유치와 수출"이라고 말해 대기업의 구조조정 이외에 수출활동을
대폭 강화해 줄것을 독려할 가능성이 높을 것임을 시사했다.

박대변인은 "김당선자가 그동안 우리경제를 고도성장으로 이끈 대기업의
공로를 알고 있다"며 IMF위기를 벗어나는데 대기업이 큰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할 것임을 암시했다.

특히 5대그룹회장과의 회동은 지난 9일 은행장들과 만나 은행의 자율경영을
약속하며 수출금융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당부한 뒤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김당선자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위한 대기업의 역할론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국내금융시장의 숨통도 터줬으니 더욱 열심히 뛰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견인차역할을 할때가 됐다는 것이다.

금융경색을 풀어주고 정리해고 등 경쟁력을 강화할 수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대신 구조조정과 수출증대에 힘써 줄것을 요구하는 "당근"과 "채찍"이
함께 내려질 전망이다.

김당선자는 이와관련, 청와대와 정부가 먼저 솔선수범할 것임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먼저 나설테니 대기업들도 근로자들에게만 고통을 전담시키지 말고
스스로 고통을 분담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자는 것이다.

김당선자와 5대그룹회장과의 회동은 "대기업구조조정"과 "수출증대"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는 신호탄임에 분명하다.

< 김수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