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사정은 작년말 한고비를 넘긴데이어 큰 불안은 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화공급이 예정보다 앞당겨져 착실히 진행되고 있는 반면 외화수요는
외채의 만기연장이 증가함에 따라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외화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만큼 외환사정은 안정을 유지할수 있고 이에따라
외환시장도 안정기미가 확연해질 전망이다.

이달 외화수요는 많아야 1백50억달러 안팎이다.

이달중 만기가 도래하는 외채가 1백22억달러정도다.

지난달 만기가 된 외채중 이달로 이월된 돈이 30억달러가량에 달한다.

외채가 한푼도 만기연장이 되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1백50억달러만 있으면
무난히 넘길수 있다.

반면 외화공급은 수요를 훨씬 웃돌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가용외환보유액은 93억4천만달러에 달한다.

지난 12월30일과 31일 IMF(국제통화기금)에서 20억달러가 들어온 결과다.

이달중 들어오는 달러화는 확정된 것만 1백10억달러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이달초에 80억달러를 지원한다.

IMF가 8일께 20억달러를 추가 지원할 예정이고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이달중 10억달러중 지원한다.

따라서 외환보유액에 1백10억달러를 합하면 2백3억4천만달러를 보유할수
있게 된다.

이 돈만 있으면 이달에 돌아오는 만기외채를 전액 지불하고도 남는 만큼
외환위기는 불식될수 있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계 은행을 중심으로 신디케이티드론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신디케이티론규모는 20억~3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게 한은의 설명이다.

당초 1백억달러로 알려진 것은 단기외채를 장기외채로 전환하는 것까지
포함된 탓이다.

또 외화표시 국채도 발행된다.

지난달말부터 외국인주식투자자금 유입도 눈에 띄고 있다.

경상수지흑자기조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렇게 보면 이달중 한은이 사용할수 있는 달러화는 2백3억4천만달러를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만기외채의 연장률도 지난 연말부터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중순만해도 10%대에 머물던 만기연장률은 하순께 30%로 높아졌으며
말일엔 70%대로 상승했다는게 한은의 설명이다.

따라서 이같은 만기연장률만 유지되더라도 이달말 가용외환보유액은 당초
예상치인 1백50억달러를 웃돌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한은의 외환사정이 여유를 찾으면서 외환시장도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5일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외환수급을 고려할때 이달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천3백원 안팎에서 형성될 것이란게 외환딜러들의 전망이다.

그렇다고 마냥 낙관만 할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정리해고제도입 등 개혁프로그램의 진행이 마땅치 않다고 IMF가 판단할
경우 외환사정은 급격히 악화될 소지를 안고 있다.

IMF는 오는 8일부터 프로그램이행을 점검할 예정이다.

또 무디스사와 S&P(스탠다드앤푸어스)사 등 신용평가기관이 국내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지 않을 경우 외채의 만기연장이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낙관할
수만은 없다.

결국 지난연말을 고비로 조성된 외환사정의 안정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선
IMF 프로그램의 차질없는 이행이 필수적이라고 할수 있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