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경기한파와 변혁이 교차한 한해였다.

그동안 중소기업계의 고질병이던 "인력난"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 반면
지난 상반기엔 판매부진에 짓눌렸고 하반기엔 IMF협약이후 몰아닥친
"자금난"에 강타 당했다.

상반기중 판매부진 극복을 위해 어음을 받고 외상매출을 늘려온
중소기업들이 거래상대방의 부도및 기아사태등으로 인해 연쇄부도로
좌초했다.

때문에 하루평균 40여개씩 총 1만6천여개 기업이 부도를 당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는 현금이 아니면 전혀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만큼
기업간 신용이 최악으로 떨어졌다.

이런 고통 가운데서도 벤처업종이 정부의 새정책 덕분에 새로운
유망업종으로 떠올랐고 반도체업체의 시설개체에 힘입어 반도체장비업종이
남몰래 호황을 누렸다.

또 금형 인쇄회로기판 통신기기부품등도 수출증가로 성장세를 유지했다.

반면 활황이 예상됐던 자동차부품이 부진을 면치 못했고 도금 시멘트가공
공예 가구 문구 직물 염색등 업종이 수출부진및 설비투자부진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다.

불황의 늪에다 IMF한파까지 겹치자 중소기업계는 스스로 구조조정에
나서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인력을 수출과 영업부문에 과감히 배치하는등 조직 개편에
나섰다.

수입원자재를 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특히 고금리에다 은행대출이 불가능해지자 금융비용부담을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동차부품업계는 올 한해 생산라인 중단과 부도등 최악의 상황을
겪었다.

부품업체들은 연초부터 완성차업계의 노동법 관련 파업 여파로 한달이상
생산라인을 가동하지 못하면서 채산성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하반기 들어선 기아 및 한라그룹 부도사태로 기아자동차 협력업체
30여개사가 부도를 맞았고 국내 최대의 부품메이커인 만도기계까지 쓰러져
충격을 더했다.

새해에는 부품업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위험분산을 위해 복수 메이커 납품을 추진하는 부품업체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외 완성차업체로의 공급선 다변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30여개 부품메이커들이 미국 자동차 "빅3"의 QS9000 인증을 획득해
공급확대에 나서고 있다.

<>.전자업계는 올해 가전및 오디오 컴퓨터 완제품과 부품등은 침체를
겪었고 통신관련 업체는 활황을 구가했다.

또 태일정밀의 부도로 대표되는 컴퓨터업계의 불황은 관련 부품업체들의
연쇄 도산을 몰고오는등 컴퓨터 관련업체들이 극심한 고통을 당했다.

이에반해 통신관련 업체들은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한해였다.

에이스테크놀로지 미래통신 KMW 한원등은 내년에도 고성장을 예약하고
있다.

또 전지업계에서는 통신용 2차전지및 팩생산업체들이 휴대폰수요 폭증으로
주문량을 미처 대지못하는등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

부품산업에서도 인쇄회로기판(PCB)업계는 다층회로기판등 고부가가치
제품수요가 크게 늘어 견실한 성장을 했다.

전기 업종은 고부가가치 통신용 전원공급기와 정류기, 산업용 전원공급기
등이 호황을 누렸다.

IMF시대로 표현되는 내년도에 전기전자업체들은 해외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오히려 높아져 수출에 큰 기대를 걸고있다.

<>.반도체장비업계의 경우 올해는 반도체소자업체들의 신규라인 증설
물량이 적어 지난96년에 비해 영업측면에서는 침체를 겪어야했다.

그러나 현대전자 LG반도체의 스코틀랜드와 웨일스 공장건설, 동부그룹의
반도체사업 참여등으로 엄청난 수요가 있을것으로 예상해 상반기부터 이에
대한 준비로 정중동의 부산한 한해를 보냈다.

그러나 IMF한파로 동부그룹의 반도체사업 일정이 지연되고 연말에 확정될
것으로 기대했던 영국쪽 장비수주가 당초 예정보다 축소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내년도 사업에 비상이 걸리고 있다.

<>.금형업계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96년에 비해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며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3.4분기까지 실적을 비교해보면 수출은 3억3천4백만 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늘어난 반면 수입은 2억2천1백만달러로 12% 증가에
그쳤다.

연말까지 수출 총액은 약 4억7천4백만달러로 추산되며
약 1억7천7백만달러의 무역수지 흑자가 기대된다.

이런가운데 전통적인 수출지역인 동남아에서 탈피, 유럽 남미 지역으로
수출대상국을 확대한데다 특히 리비아를 비롯한 중동지역으로의 프레스 금형
수출이 늘고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수입면에서는 다이캐스팅 금형이 지난해에 비해 2배이상 증가한 것이 눈에
띄었다.

<>.플라스틱업종은 생산 내수 수출 모두 불황이었다.

지난 상반기 기준으로 생산은 전년도에 비해 5% 증가에 그쳤으며 95년까지
연평균 15%의 신장률을 보이던 수출은 8억2천1백만달러로 1.2%증가에
머물렀다.

건축경기침체와 비닐하우스수요감소 원료가격인상등이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연말이후 환율인상에 따른 유가폭등으로 원료가격이 50%이상 오르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평화프라스틱 우성프라스틱등 기업들이 부도를 맞았다.

<>.도자기업계는 올한해 마이너스 성장을 유지했다.

전반적인 경기부진으로 내수가 크게 늘지 못한데다 고가 외국산 도자기의
수입이 많았던 것이 주원인.

이 때문에 밀양도자기 동양도자기등 일부업체가 생산규모를 줄이기도.

그러나 한국도자기 행남자기 두업체는 알차게 영업을 한 해였다.

두회사는 전년대비 매출이 20%가량 늘어났다.

신제품개발과 제품다양화, 홍보를 열심히 한 결과 수출도 큰폭으로 늘었다.

그러나 업계 전체로는 내년 수입선다변화 폐지로 외국산 도자기 수입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구업계는 그 어느때보다 외국산에 심하게 시달린 한해였다.

문구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필기구의 경우 수입품이 전체시장의
25%이상을 잠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서울시내에서는 6대4정도로 오히려 수입필기구가 국산을 앞지른 것.

마이크로를 비롯 다수업체가 부도난 이유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내수침체까지 겹쳐 업계 전체로는 올해 제자리 걸음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제지업종은 어려운 경기상황에도 불구하고 올해 수출실적이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는등 새로운 수출효자산업으로 부상했다.

제지공업연합회및 제지업계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의 신문용지수출이
지난해 동기대비 5배인 22만8천t에 이르고 있으며 백상지 아트지 역시
40%가까이 증가한 57만2천여t에 달하고 있다.

내년 역시 꾸준한 종이수요증가로 종이가격이 올해보다 t당 30~40달러이상
오르고 수출호황이 이어질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올해보다 평균환율이 상승해 수출채산성이 내수시장채산성을 훨씬
웃돌것으로 예상된다.

<>.골판지원지및 골판지포장업체들은 그간 공급과잉으로 업계간
출혈경쟁이 심화돼 올들어서만 12개 업체가 부도 또는 공장을 폐쇄하는등
경영악화가 심화돼왔다.

골판지원지의 수입은 올해 사상최대치인 23만3천여t을 기록할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최근 환율까지 폭등, 골판지포장업계는 제조원가부담가중
및 환차손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때문에 결제용 달러화마저 확보하지못해 골판지원지 수입에 차질을
빚고있으며 제조원가부담및 환차손도 제품가에 제대로 반영하지못해 어려움을
겪고있다.

최근엔 조일제지가 수입에 의존해온 크라프트라이너보드(KLB)를 국산화,
생산에 본격 나섰으면서도 환율폭등으로 인한 결제자금증가와 금융권의
자금회수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도했다.

<>.가구업계는 경기불황으로 인한 소비심리위축으로 심각한 불황을
겪었다.

금융권의 대출회수등으로 자금난이 심화되고있는 상황에서 매출마저 부진을
면치못했다.

혼례용가구는 물론 아파트건설경기의 침체로 아파트건가구시장까지 위축돼
결국 업계 2,3위를 달리던 바로크가구가 무너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보루네오가구 현대종합목재 선창산업 동서산업등 대부분의 가구업체들은
조직축소 인원삭감 원자재절감등 자구노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산업2부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