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관계자들과 국내 시중은행장, 국내업계 관계자, 재경원
고위관리들이 참여하는 4자 간담회가 29일 은행회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최근 금융동향과 IMF 이행조건의 완화등에 대한 폭넓은
대화가 진행됐다.

은행장들은 최근 국내금융시장 사정을 설명하고 IMF의 국제결제은행(BIS)
준수조건의 완화 등을 건의했고 업계 역시 IMF 구제금융의 이행조건이
지나치게 엄격해 어려움이 많다며 재검토를 호소했다.

IMF 관계자들은 한국의 금융위기는 주로 유동성의 문제인 만큼 다른 나라의
위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하고 IMF 이행조건에 대해 전향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음은 이날 회의에서의 대화 내용.

<> 은행장 =IMF의 BIS기준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은행으로서는 기업들에 자금을 지원하려해도 BIS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다.

이행조건 자체는 은행의 건전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이행시기를 조금이라도 늦추어 달라.

<> 강만수 재경원차관 =IMF와 합의한 이행조건은 어려움을 주기 위한 것
아니다.

또 이행프로그램 때문에 현재의 어려움이 생긴 것은 아니다.

그러나 IMF측은 경제상황에 따라 당초 조건의 재검토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밟혀 왔다.

<> 수출입 업계 관계자 =총통화 증가율 9%, 금리 30%, 인플레 5%, BIS비율
8% 등으로 인해 어려움이 생기고 있다.

차라리 인플레율을 희생하더라도 총통화 공급을 늘려 주는 것이 경제
회생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대로라면 IMF 구조조정 이전에 한국기업은 다 죽을 것이다.

<> IMF 실무자 =수출업계나 은행들의 어려움이 뭔지 알겠다.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

그런 한국의 위기상황은 상당히 빨리 극복되고 있다.

위기탈출에 대해 낙관한다.

실물분야를 항상 모니터링하고 있어 업계와 은행들의 애로사항을 잘 알고
있다.

오늘의 모임은 협상하는 자리가 아니고 서로의 견해를 교환하는 자리라고
본다.

한국의 외환위기는 유동성문제라는 점이 우리의 기본관점이다.

때문에 동남아와 멕시코등 다른 나라와는 처방이 다를수 있다.

미국 일본 등이 외채의 만기연장을 해주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다.

그러나 금융기관을 다 살리려고 하는데 이는 재고해야 한다.

3~4주 지나면 금융위기 상황은 회복될 것으로 본다.

한편 이날 모임에는 강만수 재정경제원차관, 한덕수 통상산업부차관,
장철훈 조흥은행장, 홍세표 외환은행장, 이민화 메디슨사장, 정인용
전부총리, 허동수 LG칼텍스부회장, 양창환 대한제분 해외당업팀장, 이영권
선경이사 등이 참석했고 대화는 모두 영어로 진행됐다.

< 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