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긴급구제금융을 빌려쓴 대가가 당초의 우려대로
실업자 양산, 생산.판매 감소를 초래하고 있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11월중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우리경제는 IMF 지원
요청설이 나돌았던 지난달부터 이미 IMF한파의 악영향을 온몸으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IMF는 경상수지및 재정의 건전화를 위해 한계기업의 정리및 기업의 방만한
투자 억제 등을 위한 고금리 유지및 통화량 긴축을 요구하고 있어 당분간
"고실업률-저소비.저투자"의 구도는 최소한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생산 출자 재고 투자 가동률 도소매판매 등 주요 지표가 일제히 경기하락을
예고, 당초 빠르면 지난 10월말 또는 늦어도 내년초로 예상됐던 경기바닥
시기도 도무지 예측할수 없을 정도로 늦어질 전망이다.

<> 실업대란 =지난 11월 현재 직장에서 쫓겨난 전직실업자수는 32만9천명.

지난 10월(25만5천명)보다 무려 7만4천명이나 급증했다.

지난해 11월 당시 25만9천명이었던 만큼 이는 지난달중 기업의 부도및
자구노력차원의 감원이 잇달았음을 의미한다.

기존에 있던 근로자를 해고하는 마당에 신규취업은 생각할수도 없는 일이다.

재경원은 내년중 경제성장률을 3%로 전제, 실업률이 3.9%, 실업자가
85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57만4천명)보다 27만명(48%)가량 추가실업자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장률이 1% 떨어질때다마 대체로 실업률이 0.4%가량 상승하는 만큼
내년도 경제성장이 정지될 경우(0%) 실업률은 5.1%로 치솟게 된다.

이같은 수치는 경제성장률이 지난 79년보다 1.3% 후퇴했던 지난 80년
실업률(5.2%)과 유사한 것이다.

<> 생산및 소비대란 =지난 11월중 28개 업종중 반도체 선박 화학 석유정제
등 4개 업종만이 생산증가를 나타냈다.

나머지 24개 업종은 모두 감소세였다.

전후방 효과가 큰 자동차 기계장비등 업종의 생산이 크게 줄어들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그나마 반도체업종을 제외할 경우 전체 산업생산 자체가 감소세로 반전,
경기가 급속도로 "죽어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불안과 임금 삭감여파로 소비가 위축되는 것도 불문가지.

불요불급한 모피 등 고급의류나 고가품인 승용차 등의 소비감소세가
두드러졌다.

그나마 소비를 주도했던 PCS등 휴대용전화기도 내년초면 인기가 시들해질
전망이어서 빠르면 12월부터 소비지표조차 감소세로 반전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같은 내수침체 상황에서 수출 등으로 활로를 개척하지 못하는 기업의
경영난은 심화될수 밖에 없어 부도율은 내년에도 고공행진을 할 것이다.

그나마 기계류수입액감소율이 매월 20%대를 유지하는 만큼 소비및 투자
저조에 의한 수입감소, 저평가된 원화가치에 따른 수출 증가 등으로 경상
수지 흑자가 당분간 이어질수 있다는 점을 유일한 위안거리로 삼아야할 것
같다.

<> 경기전망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도 죄다 "빨간 불".

향후 6~7개월 뒤의 경기를 알려주는 선행종합지수가 감소세로 돌아섰고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감소폭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통계청은 현 시점에서 경기저점 예측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밝히고 있다.

IMF 관리체제 아래서 통화및 재정긴축, 한계 기업및 금융기관의 퇴출
가속화 등이 내년초부터 본격화될 것인 만큼 경기는 미증유의 불황국면으로
곤두박질 칠 것으로 예상된다.

< 최승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