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29일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경제난을 감안해 이날 계동 본사에서 외부인사의
초청없이 정세영 명예회장, 정몽규 회장, 박병재 사장등 1천여명의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간소한 창립 기념식을 가졌다.

현대자동차의 30년사는 숱한 역경을 딛고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자동차 산업의 발자취를 대변해 주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67년 12월29일 1억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돼 이듬해 11월
제휴선인 미국 포드자동차의 "코티나"를 첫 조립생산했다.

그러나 창립이후 초기 10년간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오일쇼크,수해로 인한 두차례의 울산공장 침수,과다한 부실채권등으로
회사가 존폐의 기로에 서면서 69년말 3천명에 이르던 종업원수가 72년에는
1천5백명으로 절반이나 줄기도 했다.

그러나 76년 한국 최초이자 세계에서 열여섯번째의 자동차 고유모델인
"포니"를 시판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자동차 회사로서 위상을 갖추게 됐다.

포니는 국내에서는 자동차 대중화를 앞당기고 대외적으로는 자동차를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상품으로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대는 80~81년 제2차 오일쇼크로 연간 2백억원 가까운 적자를 내면서
또다시 위기를 맞지만 과감한 공격경영으로 난관을 헤쳐나갔다.

특히 85년 2월 시판된 "포니 엑셀"은 "엑셀 신화"라 불릴정도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현대는 그후에도 쏘나타 엘란트라 그랜저 아반떼 아토스등 총 45종의
승용및 상용 고유모델을 개발하고 연간 1백80만대의 생산규모를 갖춰 세계
13위의 자동차 메이커로 우뚝 섰다.

코티나 생산 28년만인 지난해 11월에는 생산 1천만대, 수출 4백만대를
돌파하는 대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그러나 "IMF관리경제"라는 사상초유의 비상사태에서 맞는 현대자동차의
창립 30주년은 단순히 "서른 잔치"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시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21세기에 세계 10대 자동차 업체 진입
여부가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 윤성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