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의 블루힐백화점이 26일밤 화의를 신청함으로써 분당상권의 판도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블루힐백화점은 27일 영업중단에 들어가 협력업체와 직원등의 동요를
가라앉힌 다음 다음날인 28일 다시 문을 열었지만 그룹의 경영위기로 종전과
같은 매출호조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분당상권에 진을 치고 있는 삼성플라자, 신세계의
E마트, 블루힐백화점, 뉴코아백화점 등 4강의 세력균형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고 보고 있다.

삼성플라자 및 E마트 2강과 뉴코아 및 블루힐의 2약 구도로 양분될 것으로
보인다.

블루힐백화점의 화의신청으로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점포는 블루힐
인근의 삼성플라자 분당점.

서현역사위에 지어진 삼성플라자는 블루힐백화점이 있는 초림역 바로
전역인데다 고급형을 지향하는 점포컨셉트도 같아 영원한 맞수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단골고객의 성향도 거의 같다.

지난 11월 1일 삼성플라자 개점초기를 제외하고 이들 두 점포는 평일
하루매출액 5억원선, 주말 8억원선으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해왔다.

블루힐백화점이 앞으로 영업정상화를 이룰때까지 일부 고객의 삼성플라자
로의 이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단기적으로 삼성플라자가 최대 수혜자가 될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플라자도 블루힐의 화의신청이 알려진 27일 간부회의를 열어 분당상권
변화에 대한 분석에 들어가는한편 생식품을 대폭 보강하는 등의 대응전략을
마련키로 했다.

삼성플라자 마케팅팀장인 서상희 이사는 "블루힐의 화의신청은 경쟁점포에
단기적으로 이익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상권자체가 위축돼 강남지역
으로 고객이 이탈할 우려도 있다"고 분석했다.

고급백화점을 꿈꾸는 삼성플라자는 향후 블루힐 견제보다는 강남의
롯데잠실점이나 현대무역점에 고객을 빼앗길 여지를 줄이는 전략마련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E마트는 더욱 약진할 것으로 점쳐진다.

뉴코아의 화의신청으로 킴스클럽과의 팽팽한 접전에서 우위를 차지한
E마트는 경제상황이 악화된 이달들어 대형 백화점과 맞먹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블루힐과 비록 업태가 다르지만 생식품등 생필품 고객의 일부가 옮겨올
공산이 커 외형에서 삼성플라자와 경쟁할 수준으로 뛰어오를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뉴코아백화점의 경우 중저가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한다는 점에서
블루힐백화점과 컨셉트가 다르다.

따라서 별다른 반사이익을 얻지는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블루힐백화점은 그동안 삼성그룹의 배경을 업은 삼성플라자를 상대로
선전을 해왔지만 갑작스런 그룹의 화의신청으로 일단 날개가 꺾인 형국이
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좁은 상권에 과다 점포가 밀집한 분당상권은 마치
휴화산과 같아 언제 또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 강창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