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은 구조조정기".

동남아시아경제는 내년 한해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을 거치게 될 것이란
점에 전문가들의 의견은 일치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관리가 있든 없든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주요국가들의 수출둔화가 절정에 달하고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한 업계재편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융위기의 진원지로 사상 최악의 시련에 봉착한 태국은 IMF와의 협상에
따라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긴축재정을 실시할 수밖에 없어 대량의 실업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추안 릭파이 총리정부는 수출증진과 바트화안정에 최역점을 두고 경제
운용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50%가 넘는 화폐가치의 절하에 힘입어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은 제고됐다고
하나 동시에 금리상승과 주식가격폭락 등으로 소비 및 투자가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여 경제성장은 2%의 저성장이 예상된다.

말레이시아는 비록 IMF의 구제금융을 받지는 않았지만 이미 정부와 민간이
자발적인 긴축에 들어간 상태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경우는 금융위기의 주요원인중 하나로 지적되는 정부의
과도한 대형프로젝트의 추진계획에 수정이 예상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부
투자감소로 인한 경제성장의 둔화가 눈에 띄게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통화가치의 하락만으로 최소 1백50억달러에 달하는 환차손을
볼 것으로 예상될 만큼 금융위기의 최대피해자가 됐다.

국내 이자율상승으로 금융 부동산개발분야에서 기업도산이 많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군다나 70대 고령의 수하르토 대통령은 건강문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내년 대선에 재출마의사를 비추고 있어 인도네시아경제는 정국혼란이란
변수도 감안해야 한다.

이밖에 필리핀도 재정긴축 등이 불가피해 동남아의 주요국가들의 내년
경제는 성장속도가 둔화되고 물가상승의 압박이 가중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들 국가가 금융위기로 인한 저성장을 단기간에
마치고 구조조정을 통해 내년을 제2도약의 기틀을 닦는 한해로 만들 수도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 박재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