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성구특파원] 홍콩과 영국의 다국적은행인 홍콩 상하이은행(HSBC)
이 제3자 매각이 유력한 서울 제일은행 인수경쟁에 나서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런던금융계에 따르면 HSBC회장은 지난 24일 고든 브라운영국재무장관
에디 조지영란은행총재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 금융기관 인수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모임은 정부가 영국 금융계 대표격인 HSBC측에 한국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상환을 연장(roll over)해 줄 것을 요청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런던금융계관계자는 "재무장관과 영란은행총재가 이
날 극히 이례적으로 HSBC회장과 두차례나 회동을 가졌다"며 "한국계 은행인
수와 관련된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 금융가에서는 제일은행은 미국의 시티은행이나 체이스 맨해턴은행이,
서울은행은 HSBC은행이 각각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
고 있다.

HSBC은행이 한국금융기관 인수에 나서고 있는 것은 한국계 은행에 대한 대
출규모가 다른 메이지은행에 비해 큰 데다 그동안 아시아금융시장 진출에 큰
관심을 표명해왔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HSBC은행은 홍콩에 본부를 둔 홍콩 영국계 다국적은행그룹으로 주식싯가 기
준으론 세계최대의 은행(7월말 기준 9백12억달러)이다.

한편 HSBC측은 최근 대출상환을 내년 1월말까지 연장해주겠다는 의사를 한
국 금융기관들에 통보했다.

이에따라 로이드 바클레이즈등 다른 영국계 은행들도 29일부터 상환 연장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