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미국의 반도체 업계가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차질을 빚거나
64메가D램 투자를 잇따라 연기 또는 포기하고 있다.

이는 국내 반도체메이커들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만 IMF체제에 따른 투자여력 부족으로 실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반도체 메이커 오키는 D램 사업을 대폭
축소키로 하고 64메가D램 양산공장 신설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신일본제철 계열의 닛데쓰세미콘도 D램사업을 정리하고 로직을 중심으로
한 수주생산에 주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히타치와 도시바는 현재의 D램 가격으로는 투자비용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
새로운 64메가D램 공장의 가동을 연기했다.

후지쓰와 미쓰비시는 내년 투자를 10~20%씩 삭감키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매분기마다 생산량을 두배씩 늘려가던 세계 3위의 메모리업체인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러지는 시험장치 부족으로 증산계획에 심각한 차질이
초래돼 증가율이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현대전자 LG반도체 등 국내 반도체 메이커들은
16메가D램에 이어 64메가D램 시장도 장악할 수 있는 호기를 맞았다.

특히 삼성 현대 등은 이미 64메가D램의 생산량을 월 5백만개 이상으로
크게 늘려놓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국내업계도 아직 64메가D램에 대한 투자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삼성전자의 경우 64메가D램을 추가 생산할 기흥 제9라인의 설비투자가
남아 있고 현대나 LG도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내년 투자규모가 30~50% 가량 줄어들고 환율마저 설비투자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어 외국기업들의 잇단 64메가D램 투자 포기와 연기를
시장장악의 호기로 활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