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잇단 부도와 자금난으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한라중공업의 부도 등으로 대외신인도가 추락,선박수주가 어려워진데다
국내 해운업계의 발주량마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청구 서해 등 중견조선소들이 최근 잇달아 쓰러지면서 국내 조선산업의
기반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라중공업 삼호조선소의 경우 부도이후 선박수주가
정지된데다 일부 해외선주사들이 선수금 반환요청을 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라는 현재 3척 7천9백만달러 규모의 선박에 대해 반환요청을 받고 있으며
일부 선박은 인도시기를 올 연말에서 내년 3월로 연기했다.

한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까지 주문을 취소한 업체는 없지만 해외
선주측의 중도금 지급이 연기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 대우 삼성 한진 등 다른 조선소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2월 들어 선박수주가 2~3척에 머물거나 아예 수주를 못한 곳도 생기고
있다.

외국선주들이 한국의 경제위기를 이유로 선박발주를 미루거나 국내
조선소들이 리펀드개런티(선박수주시 받은 선수금이나 선박인도에 대한
보증)를 개설할 은행을 못찾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해운사들도 환율의 급등에 따라 선박건조를 위한 해외파이낸싱
을 사실상 중단해 신규발주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상태가 지속되면 국내 조선업계의 신뢰도 하락 등
치명적인 결과가 우려된다"며 "한라중공업의 정상화 등 특단의 조치가 시급
하다"고 말했다.

< 이영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