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립튼 미국 재무부차관이 22일 김대중 차기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임금삭감 등으로 고용수준을 유지시키려 하지 말고 실업 자체를 더 늘릴 것을
요구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내 주요 민간경제연구소들은 국제통화기금(IMF) 프로그램에 따라
내년 실업자수가 1백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어 립튼 차관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실업문제는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대우 LG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실업률을 올해(2.6%
추정)의 2배 수준인 5.0%에 실업자수는 1백10만명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
했었다.

한화경제연구원은 심지어 내년 실업률이 5.5%에 육박해 실업자가 1백20만명
에 이르는 등 사상최대의 실업대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전망치는 지난 67년의 6.1%이후 30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이다.

현대와 선경경제연구소는 내년 실업률을 4.5% 내외로 여타 연구기관에 비해
다소 낮게 전망하고 있지만 정부의 전망치인 3.9%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들은 정부의 실업률 전망이 너무 낙관적이라고 지적하고
립튼 차관의 요구가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면 실업률은 5.0%를 훨씬 상회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연구소들은 기업의 감량경영 등으로 임시직.계약직 근로자에 대한 실업
한파가 더욱 거세질 것이고 은행원들과 공무원들의 실직사태도 속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IMF의 요구대로 부실 금융기관과 기업에 대한 폐쇄조치가 잇달을
경우 실업문제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따라 매년 45만명씩 쏟아져 나오는 신규 인력의 취업난도 사상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연구소들은 경제성장이 곤두박질치고 기업의 감량경영이 본격화돼
고용여력이 떨어지면 구직 자체를 아예 포기한 실망실업자 뿐아니라 불완전
실업자가 대거 늘어나 잠재실업자를 감안한 전체 실업자는 2백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이정일 수석연구원은 "립튼 차관의 요구는 해고 등
확실한 감량경영으로 기업이 활력을 되찾아야 고용창출능력이 확대된다는
시각에 따른 것으로 실업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
이라고 지적했다.

< 박영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