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괄사표방식이 불황기의 새로운 인사형태로 등장, 직장인들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벼랑끝에 몰린 기업들로서느느 대량 감원을 위해 어쩔수 없이 시행한다지만
이로인해 연말 기업분위기는 더욱 썰렁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사표를 한꺼번에 제출받은뒤 재임용 대상자에게만 사표를 반려하는
이 방식의 주요 적용대상은 임원급.

동아그룹의 경우 주력인 동아건설이 이사보이상 임원 70여명 전원에게
사표를 받은뒤 20%를 줄였다.

임원 30%를 줄이는등 초긴축경영계획을 발표한 쌍용그룹도 쌍용건설등
주요 계열사들이 이 방식을 채택할 계획이다.

또 나산그룹은 (주)나산 나산실업 나산종합건설등 3대 주력계열사 임원의
일괄사표를 받은뒤 백지상태에서 적임자를 앉히는 "제로베이스 인사"단행,
29%를 감원했으며 한진그룹도 15-20%의 임원감축을 위해 일괄사표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 방식이 과.부장등 중간간부급으로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있다.

성원그룹은 성원건설 성원산업개발 성원공영등 건설부문 3개 계열사의
관리직 과장급이상 임직원 1백여명으로부터 사표를 제출았으며 이중 절반
가까이를 감원할 계획이다.

동아그룹의 대한통운과 공영토건은 부장급이상 임직원 전원에게서 사표를
받아 10%선을 이미 줄였다고 회사 관계자는 밝혔다.

특히 A건설은 전사원이 일괄사표를 제출, 주위를 놀라게하고 있다.

이 회사의 과장급이상 임직원 1백40여명이 사직서를 낸데 이어 최근
일반사원 1백40여명도 사표를 냈다.

이같은 일괄사표제출에 대해 기업들은 위기상황을 맞아 임직원들이 배수의
진을 치고 업무에 임하겠다는 자세를 보이는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최고경영층의 대량 해고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걸 스스로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와관련, 모그룹 인사담당임원은 "올해 인사는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보다는 얼마나 많은 인력을 효과적으로 줄이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며 "기업들의 사정이 오죽 절박하면 이렇게까지 하겠느냐"며
가슴아파했다.

<김철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