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업계가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LG 현대전자 등 반도체메이커들의 내년도
투자규모가 올해보다 크게 축소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2백56메가D램, 3백mm(12인치) 웨이퍼 등 내년에 반드시
투자해야하는 부분에 대한 투자시기를 놓쳐 시장 주도권을 계속 유지하는데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3사가 계획하고 있는 내년도 투자는 대체로 올해보다 30~50%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설비투자에만 1조6천3백억원을 투자했으나 내년에는
8천억~9천억원에 머물 전망이다.

연구개발투자도 올해 6천8백억원에서 4천억~5천억원 정도로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LG반도체의 설비투자규모는 30%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현대전자 역시
설비투자액이 올해 8천억원에서 크게 줄어든 5천억원이하로 축소될 전망이다.

더욱이 원화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외화로 결제해야하는 장비에 대한
구매력이 낮아지고 있어 실제 설비투자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반도체업계가 내년 반드시 투자해야 하는 사업은 2백56메가D램
분야와 2백56메가D램 양산에 꼭 필요한 3백mm 웨이퍼 분야.

64메가D램 라인에서 생산가능한 돌연변이 메모리인 1백28메가D램이
2백56메가D램의 시장 형성을 늦추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1백28메가D램이 한동안 시장을 유지해 가더라도 한국이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을 계속 행사해나가려면 내년부터 2백56메가D램에 대한 투자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4메가D램부터 16메가D램 64메가D램에 이르는 3세대에
걸친 메모리시장을 장악해온 한국의 주도권은 "3세대 천하"로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다.

게다가 국내업체들은 99년초 피크를 이룰 64메가D램에 대한 투자도 아직
완료한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의 경우도 내년까지 64메가D램을 생산할 제9라인에 대한 신규
투자가 진행돼야 한다.

현대전자나 LG반도체도 마찬가지 사정이다.

따라서 내년 투자가 극히 부진해질 경우 일본 대만의 공략에 힘든 경쟁을
벌여야 하는 까닭에 국내 업계에 대한 충격은 당장 64메가D램에서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

업계는 "일본업체들이 1메가D램 이후 4메가D램 시장에 대한 불확신으로
투자를 6개월 정도 늦춘 것이 한국에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을 넘겨주게된
주요인"이라며 투자위축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 주대영 부연구위원은 "64메가D램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한다해도 내년 투자 부진의 파장은 2000년이후에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반도체사업에는 지속적인 투자가 반드시 필요한만큼
각 그룹들이 투자의 우선순위를 반도체에 두고 집중적인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