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대상으로 몰락시킨 주범인 재정경제원
의 무능력과 무예측력은 익히 알려진만큼 새삼스럽게 "뉴스"도 되지 못한다.

한국이 IMF의 구제금융을 받게 된 배경에 국제적인 음모가 있던 없던간에
세계최대강국인 미국에 자금을 "구걸"하게 된만큼 품위와 체면유지를 기대할
수 없음도 상식이다.

그렇지만 나라가 망한다고해도 정직과 성실이란 도덕률을 잊어서는 안된다.

재경원의 최근 한달간은 은폐와 거짓말로 점철돼 왔다.

당초 IMF와 관련, "시중은행 폐쇄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이면각서는
전혀 없다"고 잡아 떼던 재경원은 각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자 "비밀로 한
내용이 IMF쪽에서 흘러나갔다"며 책임을 전가하기에 급급했다.

그나마 며칠뒤에 입증될 거짓말을 일삼던 재경원이 최근에는 불과 몇시간뒤
드러날 뻔한 거짓말을 일삼는 등 증상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임창열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지난 15일 오찬을 겸한 기자간담회석상
에서 IMF가 정부에 환율변동제 폐지를 요구했다는 일부 언론보도와 관련,
변동폭을 없앤 태국 등 동남아국가의 환율시장이 계속 어려운데 반해 우리는
밴드폭(상하한 10%)이 있어 별 문제가 없다는 요지로 발언했다.

동석했던 기자들은 부총리가 확인한만큼 검토조차 되지 않은 사안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날밤 10시30분쯤 재경원은 환율시장의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변동폭을 폐지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부총리가 사실무근임을 설명하고 있는 동안 실무자들은 대책을 검토중이었고
이날 오후 4시부터는 한국은행과 전산설비 교체문제 등 후속조치까지 논의
했다.

공보처는 16일 김영삼대통령주재 제3차 경제대책회의에서 IMF시대이후
대외홍보대책으로 국내 언론이 국수주의 논조를 자제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숱한 거짓말로 국민을 호도해온 정부가 과연 언론에 대해 침을 뱉을 자격
조차 있는지 의심스럽다.

최승욱 < 경제부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