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합병에 대한 정부의 구상이 명확해졌다.

이에따라 종금을 추축으로한 금융기관들의 짝짓기 발걸음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 종금사 =전국 30개 종합금융사중 14개사가 영업정지를 당해 타금융권에
비해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는 종금업계의 인수합병이 정부의
금융권 재편구상 확정으로 가속화될 전망이다.

우선 대주주가 성원토건으로 동일한 한길종금과 경남종금 등 2개 지방
종금사간 합병이 유력시되고 있다.

한길종금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자구노력을 추진하겠다는게 기본방침
이었지만 지방종금사끼리 합치면 전국규모의 종금사로 확대된다는 정부의
방향이 나온 만큼 경남종금과의 합병도 검토될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종금은 영업정지된 상태이며 한길종금은 주택은행에 외화자산 및
부채를 일괄양도하라고 명령을 받은 상황이어서 자구가 시급한 상황이다.

은행업 진출을 추진중인 동양종금은 독자전환이 힘들게 됐다는데 아쉬움을
표시.

하지만 은행인수나 타종금사 합병을 통한 은행으로의 전환은 가능하다고
보고 은행업 진출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대기업의 은행 지분 4% 소유 제한이 풀려야 한다는것을 전제로 두고
있다.

한국 아세아 한불종금등 기존 종금사들은 대부분 증권업을 겸업으로 하는
투자은행을 목표로 두고 있으나 이는 증권사와의 합병을 통해서만 가능하게
돼 아쉬워하고 있다.

특히 정부 구상대로라면 잔류 종금사는 특정업무에 전문화해야해 영업위축
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오광진 기자 >

<> 증권 =금융기관 이합집산이 증권가에선 증권사와 투신사간의 합병형태로
가시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5개 지방투자신탁의 경우 내년 상반기중 증권사로 전환토록 예정되어 있어
이들의 전환과 함께 기존 증권사와 합치고 투자신탁운용 전문회사를 자회사
로 따로 떼어낼 것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지난해 동양그룹이 대주주로 부상한 대전소재 중앙투자신탁의 경우
내년에 증권사로 전환하게 되면 자연스레 그룹산하의 동양증권과 합병하게
될 것이란 얘기가 나돌고 있다.

또 지난달 삼성그룹에서 대구지역의 동양투자신탁 지분 일부를 인수함에
따라 동양투신의 증권사전환과 함께 삼성증권과 합병하게 될 것으로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이밖에 올해초 이미 증권사로 전환해 현대그룹에 편입된 국민투자신탁증권
의 현대증권과의 합병가능성도 업계에선 관심사로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 손희식 기자 >

<> 은행 =정부의 합병 인가기준을 바라보는 은행권의 시각은 여전히
무덤덤하다.

기존에 발표된 정부의 방침과 크게 다르지 않을 뿐더러 정부가 원하는
"자발적인 은행간 합병"이 현실화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정작 정부가 잉여인력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한데 촉각을 곤두세운다.

명목상으로야 유상증자, 점포신설 등에서 우대를 해주겠다는게 정부의
방침이지만 은행들은 혹시 정리해고라는 특례조치가 취해지지 않을까 긴장
하고 있다.

금융계는 또 정부가 인가기준의 대상 금융기관을 거론하면서 일반은행과
함께 장기신용은행을 나열한 것에 관해서도 진의가 뭔지 궁금해 한다.

장기신용은행은 그동안 국민은행쪽에서 합병파트너로 삼고 있다는 얘기들이
심심치 않게 나돌았으며 국민은행 관계자들도 이를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모종의 시나리오를 갖고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돌고 있다.

은행들은 정부의 합병인가기준 발표에도 불구, 현재로선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에 의한 합병이 탄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부실은행으로 지목된 2개 시중은행에 현물출자를 단행, 지분을
50%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정부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국내외 금융기관에 매각할 수 있는 것이다.

< 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6일자).